◎네가지 의혹/4대 재벌 참여 원천봉쇄로 선경만 가능케/유공 자기자본 지도비율 억지로 낮춰 심사/그룹아닌 참여회사별 재무구조평가 부당/서울지역 통신망 가중치 오히려 낮게 책정설마설마했던 제2이동통신의 선경그룹 낙점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동안 내밀하게 오가던 이동통신 각본설이 봇물 터진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끝까지 경쟁에 나섰던 그룹들과 이동통신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 각본설은 크게 세가지. 선정관련 제반규정을 선경에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끔 미리 짜맞추었으며 선경이 유리한 부문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평가방법을 썼고 다른 기업들이 넘볼 수 없게 선경과의 경쟁 소지를 원천봉쇄했다는 주장들이 바로 그것이다. 즉 「제2이동통신 전화기 사업자는 선경」이라는 원칙을 일찌감치 확정해 놓고 경쟁에 나서는 기업들을 들러리로 세웠으며 국민들에게는 국내 최초의 민주적·합법적 사업자 선정과정으로 비치게끔 호도했다는 것이다.
재계는 ▲경쟁에 나서기만 하면 선경이 도저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삼성,현대 등 4대그룹을 아예 신청도 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경쟁에서 제외시켜 버렸고,그러면서도 막상 사업자 선정기준에서는 대형그룹이 유리(선경은 5대재벌로 4대재벌을 제외하면 최대규모)할 수 밖에 없는 투자능력을 중시토록 한 점 ▲선경이 소속돼 있는 특정업종의 자기자본 지도비율을 낮춰놓고 자기자본 지도비율을 강조,선경이 혜택을 받도록 한 점 ▲지배주주의 재무능력 평가시 해당그룹대신 참여기업만 평가한 점 ▲서울지역 통신망 건설계획의 비중이 계획서 보다 낮게 정해진 것 등을 짜여진 각본의 예로 들었다.
우선 4대그룹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에는 10% 이상의 지분참여를 허용치 않은 점이다. 이는 물론 재벌의 경제력 집중완화라는 국민적 정서에 부합한다는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기준에는 선경도 예외일 수 없었으나 이를 통신기기 제조업체라는 이름으로 4대그룹만을 제외,결국 5위그룹인 선경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의심을 많이 산 대목은 자기자본 지도비율의 변경과정이다. 은행감독원이 지난 3월 확정 발표한 1백5개 업종의 자기자본 지도비율 평균이 25.9%로 지난해보다 0.9% 포인트 올라갔는데도 유공이 속한 석유정제업 만큼은 35.2%에서 27%로 무려 8.2% 포인트나 낮춰 선경그룹을 유리하게 했다.
선경그룹의 이동통신 추진사 최대 주주인 유공의 자기자본 지도비율은 32.3%. 결국 다른 업종과는 달리 석유정제업의 지도비율을 대폭 낮추면서 유공의 참여자격 시비를 종식시켰다. 체신부는 특히 당초 선정 심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던 자기자본 지도비율을 돌연 제출토록 참여업체에 요구한뒤 다른 그룹들의 반발로 요구 이틀만에 이를 철회하는 촌극까지 노출했었다.
또 다른 각본설의 진원은 평가방법. 재무구조의 평가에서는 해당그룹의 평가대신 참여회사만 평가했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2차 선정대상 3개기업 산술평균을 낸뒤 평균치 이상기업에는 만점을 주는 대신 일시 연구개발 출연금은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은 모두 만점을 주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1위·일시 출연금 2위인 선경이 모두 만점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밖에 1차 사업자 발표 2위였던 코오롱이 최종 발표에서는 3위로 밀리고 대신 포철이 2위로 오르는 자리바꿈을 한 것은 탈락업체들의 반발을 희석시키자는 의도적 순위조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2차 심사기준인 기술부문에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위성디지틀맵의 설계능력을 갖고 있는 특정그룹을 1차에서 탈락시켜 2차에서 선경과의 경합여지를 원천봉쇄했고 선경의 사업계획서 작성이 정부의 모범답안과 똑같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업자는 선경으로 일단락됐지만 재계의 이같은 주장들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어 이동통신 파문은 상당기간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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