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경/로비력 강한 정치적 재벌/초고속성장 거듭 랭킹 5위 발돋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경/로비력 강한 정치적 재벌/초고속성장 거듭 랭킹 5위 발돋움

입력
1992.08.21 00:00
0 0

◎자체자금 거의없이 유공인수/5·6공서 가장 잇속챙긴 재벌/“최 회장 일가 정·재계 사돈 10여명 큰힘”제2 이동통신사업을 따낸 선경그룹은 뛰어난 로비력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정치적 재벌로 재계에서는 통하고 있다.

지난 80년 5공 주역들의 등장기에 선경은 당시 서슬퍼런 신군부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십분 활용,당시 최대의 이권이던 대한석유공사(현 유공)를 자기 돈은 거의 없이 인수,오늘날의 5대 재벌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또 6공 들어서는 지난해 여론의 비난은 물론 정부내에서 조차 끊이지 않고 제기되던 특혜시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경증권(구 태평양증권)을 전격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는 「황금알은 낳는 거위」인 이동통신까지 거머쥐게 됐다.

유공 인수시에 당대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만만치 않은 도전을 따돌려 재계에 충격을 준 바 있고 더구나 준비된 인수자금도 없이 일단 인수결정을 따낸 뒤 나중에 해외에서 1억여달러 가까운 차관을 들여와 대금을 갚아나가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당시 총인수자금 6백71억원중 자체 자금은 45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선경의 주력은 섬유업체와 종합상사 정도에 불과,재계상위 서열에 오르지 못했으나 전 계열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유공을 인수함으로써 일약 5대 재벌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래서 선경그룹은 지금도 주인 (모)기업들보다 손님(인수)인 유공의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기형그룹으로 남아있다.

이로써 선경은 5,6공을 통틀어 가장 실속을 챙긴 「큰떡」에 강한 재벌로 자리 잡아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재계는 국내 재벌들이 주로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창업과 인수를 통해 성장한 것과는 달리 오로지 덩치 큰 기업인수만을 통해 커진 선경을 궤를 달리하는 별종그룹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선경의 「로비형 성장」의 근원은 최종현회장 일가에 폭넓은 인간관계에 그 뿌리가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 회장 일가는 형 종건씨(73년 작고)가 이후락 전 중정부장과 사돈을 맺었던 것을 비롯,4형제만해도 권문재가의 사돈이 10여명에 달하고 있다.

선경그룹 로비 성장사는 멀리 73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주)선경 최종건대표는 현재의 워커힐호텔을 정부투자기관인 국제관광공사로부터 인수했다.

워커힐은 당시 시내의 다른 호텔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경관이 수려해 호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흑자를 내고 있었다. 당시 공사측은 32억원을 제기했지만 결국 선경이 23억원에 사들였다.

선경의 본격적인 세력확장은 80년 유공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당시 유공은 매출액 1조1천2백억원으로 국내 최대기업. 선경 전 계열사 보다도 많고 삼성물산 현대자동차가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상황이었다.

국내 정정불안과 2차 오일쇼크로 주식 50%를 갖고 있던 미 걸프사가 철수하게 되자,삼성 현대 등 굴지의 재벌들과 함께 인수경쟁에 뛰어들어 뜻밖에 대어를 낚아 챈 것이다.

당시 재계에 나돈 「기름이 재계의 새 강자를 낳는다」는 말대로 선경은 80년대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초고속항진을 했다.

이로써 53년 종건씨가 직물기계 15대로 시작한 선경직물이란 조그만 섬유업체는 만 39년만에 종합무역 섬유 에너지 화학 건설 정보통신 레저 등 각 분야에 23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랭킹 5위 재벌로 부상했다.

이같이 로비로 성장한 재벌이기에 선경 주변에는 항상 잡음이 끊이질 않았고 또 특혜성 결정이 있을때마다 선경의 이름이 단골로 오르내렸다.

한국중공업 매각,SBS 방송설립,경향신문 매각문제 등이 제기될 때마다 항상 선경이 제1번 주자로 부각되곤 했다.

지난해초의 태평양증권 인수때도 소문대로 선경이 인수했고 너무 헐값에 인수,최소한 1천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남겼느니 매입대금(5백71억원)의 일부가 모처의 수표로 결제됐느니 하는 이상야릇한 루머들이 나돌기도 했다.

선경은 이같은 잡음과 약점을 잘알고 있고 그래서 그룹차원에서 이미지 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MBC의 「장학퀴즈」 지원,업계 최초의 신입사원 해외연수 등 대여론용 홍보활동을 통해 「괜찮은 기업」이란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어느정도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선경은 이제 특혜시비속에 이동통신사업을 얻어냄으로써 다시 한번 이상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