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사돈 낙점」 특혜여론/평가항목 유출·가중치 논란/“「기습발표」 정치권 연기론 쐐기의도”6공 말기 최대 이권사업인 제2이동통신 이동전화사업권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선경에 서둘러 넘겨졌다.
체신부는 예상보다 빠른 20일 상오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신속한 동작으로 사업자선정 결과발표를 감행,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체신부는 이날 발표에서 『이미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온 이 사업이 더이상 정치논리에 의해 끌려 다닐수 없어 새벽 집계와 동시에 대통령 보고 없이 공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신부의 갑작스런 발표로 또다른 의혹과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선경의 선정은 그동안 구구하게 나돌던 사전 내정설이 확인된 것이며 체신부의 발표강행은 정치권에서 들고나온 연기론에 쐐기를 박고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다.
선경의 선정은 대통령의 사돈을 임기말년에 낙점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의혹과 비난이 증폭되고 있지만 이점만으로도 사업자선정을 강행한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체신부는 이러한 도덕적 차원의 비난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정서』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이동통신 제2사업자 선정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평가과정을 살펴보면 체신부의 의지를 액면대로 믿어줄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체신부는 『외국의 사업자선정 사례를 토대로 연구,작성한 허가신청 요령서(RFP)가 국내외 참가업체들로부터 「완벽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자찬하며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비계량평가 항목에 외부 전문가를 초청,채점토록 하는 등 공정성에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체신부가 아무리 이 분야의 권위자를 초빙,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으로 평가했다해도 마음만 먹으면 특정기업에 사업권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평가위원들 조차도 시인하는 부분이었다.
즉 평가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평가문제를 사전에 유출시킨다면 「시험 잘보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것이다.
이번 평가과정에서 이러한 의혹은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지난 7월말 1차심사 결과의 점수표가 「극도의 보안유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하루전에 구체적인 수치까지 새 나갔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다.
또 평가방법에 있어서 특정기업이 유리한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월등한 격차를 내게 한 의도도 엿보였다.
이번 최종평가에서 탈락한 컨소시엄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부분도 통신망 건설계획과 전기통신 발전을 위한 계획에 대한 가중치 적용 부분이다.
체신부는 당초 우리나라 지형의 특수성을 감안,특정지역 통신망 설계부문에 60점을,전기통신 발전부문에 40점을 부여할 방침이었으나 최종 심사를 앞두고 점수배정을 뒤바꿔 의혹을 증폭시켰다.
선경이 1,2차 평가에서 스스로 놀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짚고 넘어갈 점이다.
선경측은 『그만큼 오래 준비해왔고 노력한 결과』라고 강변하지만 선경이 제출한 평가서류가 체신부의 평가항목을 그대로 옮겨다논 것 같은 일치를 보였다는 점이 단순한 노력 이상의 무언가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선경이 1차평가에서 2위 코오롱 보다 3백44점이나 많은 8천1백27점을 획득했고 2차평가에서도 8천3백88점을 얻어,2위 포철보다 무려 8백92점을 앞섰다는 것은 사전 문제유출 의문을 짙게 한다.
체신부가 『보안을 위해 대통령 보고도 없이 발표했다』는 말과 달리 이미 발표 하루전에 선경 관계자가 『선정이된 것은 확실한데 언제 발표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것은 체신부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당초 소신을 강조하며 의연히 선정작업을 추진해오던 체신부가 하루 아침에 태도를 돌변,쫓기듯 선정결과를 발표한 모습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여론에 따른 정치적 논의를 봉쇄하려는듯 전격적으로 선정발표를 감행한 것은 체신부 단독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무튼 체신부가 선정결과를 기습발표함으로써 문제가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할지는 모르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체신부는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홍보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대대적이고 범정부적인 홍보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국민들을 얼마만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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