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발생땐 위신만 추락”/대규모 방한단 정중히 사절지난 5월 민주화 시위에서 1백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태국이 최근 우리나라 경찰로부터 진압기술을 전수받고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 교섭을 벌이다 거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일 경찰청에 의하면 태국은 얼마전 『총칼 대신 최루탄과 경찰봉만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방법을 배우겠다』며 경찰군 총수가 대규모 시찰단을 인솔해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으나 경찰은 이들의 방한이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 득보다 실이 많다고 결론,정중히 사절했다.
결국 태국측은 대만과 이스라엘에 시찰단을 파견,기술도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2개월여 동안 태국측으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한 교섭이 있었으나 현지에서 우리의 경비 진압방법과 장비로 시위를 막다가 희생자라도 발생하면 국제적으로도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아 거절키로 했다』고 말했다. 태국 경찰군과 경찰청간에 벌어진 교섭은 태국 유혈사태 직후인 6월 중순 치차이 주한 태국대사의 경찰청 방문으로 시작됐다. 치차이 대사는 『본국에서 긴급 훈령을 받고 찾아왔다』며 경찰 수뇌부에 한국경찰의 시위진압 방법을 물은 뒤 진압기술·장비 및 인적교류를 제의했다.
당시 우리측은 『적절한 시기에 눈에 띄지 않는 범위내에서 고려해보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태국 현지에서는 「태국 경찰군이 최루탄 등 각종 시위 진압장비를 한국에서 대량 수입하는 한편 새로 창설된 폭동진압 기동타격대를 한국에 파견,연수시킬 방침」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중순 인터폴(국제형사기구)을 통해 우리가 초청하지도 않은 태국측 방한자 명단을 접수하고 아연실색했다. 태국측 명단 16명에는 스와트 태국 경찰군사령관(대장급)과 부사령관 등 수뇌부가 총망라돼 있었다. 태국 경찰은 국경수비 임무도 맡고 있어 병력은 육군보다 많은 16만여명이며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모두 4성장군이다.
경찰청은 한때 이들의 방한에 대비한 의전절차 등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또다시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이 이라크에 소련제 미사일을 수출한 것과 같은 파문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독재정권이라고 도매금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다』는 등 반대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짧은 기간에 대규모 사절단을 영접할 수 없다』며 정중히 사절했다.
태국측은 지난달 27일 사랑 경찰군 교육국장(중장급)이 참모학교 간부 33명과 함께 방한,집요하게 시위진압 시범 견학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경찰청측은 『대학생들이 방학중이라 경찰관들도 모두 피서를 갔거나 민생치안에 투입돼 시범을 보일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