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자세 불구 내심 불만가득/국제사회 신용에 “악재” 우려도○…6공 최대의 이권사업으로 불리는 제2이동통신의 이동전화 사업권이 선경그룹(대한텔레콤)으로 낙찰된데 대해 탈락업체들은 겉으로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면서도 내심은 불만이 가득한 기색들.
또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에서는 이날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듯이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뒷맛은 왠지 개운치 않은 표정들.
상공부 경제기획원 등 그동안 제2이동통신 사업의 연기를 주장해온 일부 정부부처측도 밖으로는 군말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강행된 것에 대해 실망하는 눈치.
결국 제2이동통신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해온 기업,재계 및 일부 정부부처들이 속으로는 이번 결과를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도 드러내놓고 반발이나 불만을 노출시키는 것은 꽤나 자제하고 있는게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이들 관계자들이 이처럼 「입조심」을 하고 있는데는 제2이동통신 사업이 최고권력자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사업인데다 선경이 최고위층의 사돈기업이라는 점이 맞물려 「뒤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듯.
○…예비고사격인 1차심사를 통과해 본고사인 이번 2차심사에까지 올랐던 포항제철(신세기이동통신)과 코오롱그룹(제2이동통신)은 이날 경합사인 선경이 「합격」했다는 정부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정부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담은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해 눈길.
포항제철은 이 발표문에서 선정결과를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낸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매우 의례적인 입장을 밝혀 일견 초연한 자세를 견지.
코오롱그룹 역시 발표문에서 최종 선정된 사업자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혀 게임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대기업들답게 모양새를 갖춘 것은 사실이나 아마도 말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억지 춘향식의 「연출」은 정부측의 강력한 사전 조정을 받은 탓이라고 귀띔.
○“정부 사전 조정” 귀띔
○…탈락업체들은 이처럼 외부적으로는 승복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인즉 할말도 많고 불만도 대단해 끙끙 속앓이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기업의 관계자들은 이번 심사결과에 대해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다며 불만에 찬 심기를 노출,탈락업체들의 속마음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실력으로는 떨어질 것이 없었는데 「정치」에서 졌다』며 선정결과에 대해 의혹이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들 관계자들은 특히 심사평가항목의 가중치(배점)가 특정기업을 합격시키기 위해 교묘하게 짜여진 인상이 짙었다고 주장하며 가중치 배정만 공정하게 됐더라도 결과는 뒤바뀌었을 것이라고 열변.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도 이번 심사선정 및 발표는 쫓기는듯 서둘러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게 사실이라며 이토록 중요한 사업이면 최소한 최종 심사발표 날짜만이라도 사전에 확실하게 못박아 스케줄에 따라 발표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이번 2차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이날 매우 침통하고 허탈한 분위기.
코오롱그룹의 경우 이동찬회장과 이번 이동통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이웅열부회장 등 고위 경영진들은 이날 상오 정부발표가 나오자 임원들과의 회의나 외부 인사들의 방문을 일체 거절하고 사무실에서 한동안 두문불출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노출.
○…1차심사에서 일찌감치 낙방한 동부·동양·쌍용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심사발표를 접하고 한결같이 『예정된 수순이 아니었느냐』며 『1차때 일찌감치 떨어져 오히려 속편하다』면서 2차 탈락업체들에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이들 그룹들은 이번 제2이동통신 사업참여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기업들이 6개의 주사업자를 비롯해 각담당 파트별로 대기업·중견·중소기업 등 모두 5백개 업체에 달했던 점을 지적하며 『짜맞춰진 사전 각본의 빛을 내주기 위해 수백개 기업이 결국 들러리를 선 꼴이 됐다』며 자조어린 한탄을 토로하기도.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제2이동통신 심사결과가 자칫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의 신용과 평판에 금을 가게 하는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들과 기술제휴 관계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해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심사에 의혹을 품고 한국정부는 불공정한 게임을 벌였다고 떠들고 다닐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경그룹의 대한텔레콤이 심사 항목중 「기술협력조건」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것과 관련,팩텔·나이넥스·벨 어틀랜틱 등 이번에 떨어진 외국기업들이 망신살이 뻗친 만큼 온갖 비방과 함께 심사과정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도 시큰둥
○…한편 당초부터 제2이동통신 사업의 연기를 주장했던 상공부 등 일부 정부부처는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이익을 낼 수 있어 좋겠지만 정부로서는 이 사업 강행으로 인한 수입유발 효과때문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며 정치권 일각의 연기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실망하는 눈치.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사업이 국가적으로 그렇게 급한 사업도 아닌데다 관련 시스템의 국산화율이 낮아 엄청난 수입이 유발될 것이 확실해 정부당국으로서는 힘겨운 짐을 지게 됐다』며 『수입유발 효과는 예상보다 많은 15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 이동통신 방식이 초기에 아날로그방식이 초기에 아날로그방식으로 하다가 2∼3년후 디지틀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에 관해서도 『중복투자가 불가피한 낭비』라며 『이같은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뭔가 흑막이 있긴 있는 모양』이라고 씁쓰레한 모습.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크고 작은 국책사업이 시행될 때마다 잡음과 특혜시비가 잇따르는 우리 정권 담당자들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앞으로 모든 국책사업은 한점의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체의 절차와 기준 등이 말끔하고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