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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블록화와 대응/김인준 서울대 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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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블록화와 대응/김인준 서울대 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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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경제는 국경없는 범세계주의 현상과 경제블록화 양상을 함께 띠고 있다. 기술,정보의 발전이 경제의 범세계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결합추세가 그 한가지 좋은 예이다. 한편 공산주의 붕괴후 국제관계에서 경제가 핵심을 이루는 가운데 경제블록화 현상도 심회되고 있다.얼핏보면 경제의 범세계화와 경제블록화 현상은 대립되는 개념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경제 강대국들은 본거지에서의 비교우위를 살린채 경제의 범세계화에 따른 혜택을 최대한도로 부리려 하기 때문에 이와같은 두가지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경제의 블록화를 선두에서 진행시켰던 것은 물론 유럽공동체(EC)이다. 지난 40년간 경제통합을 꾸준히 추진해오던 EC는 마스트리히트 정상회담에서 유럽동맹에 관한 조약(Treaty of European Union)을 채택,경제·정치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두개의 커다란 줄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단일통화 및 유럽중앙은행 창설을 3단계에 걸쳐 추진한다는 경제 및 통화통합에 관한 조약이다.

다른 하나는 공동의 외교·안보정책을 수립,정치공동체로서의 통합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다. EC는 경제발전 단계가 비교적 비슷한 국가들로 구성(물론 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의 발전단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수평적 결합의 형태를 띠고 있다.

며칠전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북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합의,경제블록화 현상은 한층 더 가속화하고 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은 관세 및 수입제한을 철폐,무역자유화를 달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특징은 먼저 교역자유화에 초점을 둠으로써 금융통합과 경제통합을 지향하는 EC보다는 한 차원 낮은 결합형태이다. 그렇지만 이 협정은 서비스,투자 등 각 분야에서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또 다른 특징은 선진국인 미국,캐나다와 개도국인 멕시코가 결합한 수직적 결합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이번 협정이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멕시코로서도 경제근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블록화가 교역에 미치는 효과는 무역전환 효과와 무역창출 효과의 크기에 달려있다. 무역전환 효과란 시장통합이 이루어짐으로써 블록외 국가로부터의 수입감소 효과이다. 한편 무역창출 효과란 경제통합으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 경제성장이 촉진됨으로써 블록의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는 효과를 말한다.

북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전자·섬유·의류·신발·자동차 등 우리의 주종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멕시코와 비슷해지거나 뒤질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북미의 무역전환효과가 무역창출 효과를 압도,우리의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상품개발로 수출구조를 구도화하는 한편 북미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북미 자유무역지대의 출현으로 세계경제가 EC·미국·일본을 주축으로한 세개의 블록으로 나뉘어져 가고 있다는 우리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그만큼 우리의 땅을 좁게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와같은 블록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와같은 전략은 국민의 공감대위에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기술·투자 등 생산 측면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반면에 외교 안보측면에서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미국이 아직도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따라서 미국·일본 두 블록중 어느 한 블록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고 미국과 일본을 조화롭게 수용하는 외교통상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며,아태지역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최근 한일관계는 전후 최악의 상태라고들 말한다. 동아시아 블록화 문제에 앞서,과거청산과 미래의 동반자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한일관계를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제관계는 냉철한 머리로 판단해야 하며 감정이 앞서서는 안된다. 또한 북미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의 여건상 가능하지 않다고 보지만 북미 자유무역협정이 전미대륙에 확산될 경우를 대비,여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편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자유무역을 주도해 온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체제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는 다자간 협상·호혜평등에 기본 이념을 둔 GATT 체제가 경제의 블록화 보다 유리하므로 GATT에 기반을 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다자간 무역협상이 결실을 맺어 세계전체가 자유무역으로 나아가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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