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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독성 화학물 “비상”(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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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독성 화학물 “비상”(세계의 창)

입력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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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수장 나치 화학무기 부식 오염/8억명 살상가능한 엄청난 분량/“방치땐 3년내 수중생태계 파멸”2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승전국인 연합국들은 나치 독일로부터 회수한 약 30만톤의 화학무기를 아무런 예방조치도 취하지 않은채 그대로 발트해에 던져 폐기해 버렸다. 그로부터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바닷물속에 잠겨 있던 화학무기의 표피에 침식으로 인한 구멍이 생기면서 맹독성 화학물질이 새어나와 해안 전체가 오염될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사실은 2년전 러시아에 상륙한 환경단체 그린파티에 의해 조금씩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구 소련의 공화국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정부도 방대한 양의 유독 화학물질이 2차대전후 발트해 인근에 던져졌음을 시인했는데 이당시 폐기된 화학무기는 현재 유럽전체 인구인 8억명을 충분히 살상할수 있을만한 엄청난 분량이라는 것.

그린파티가 밝힌 바에 의하면 2차대전의 전승국인 미국·소련·프랑스외 영국은 발트해외에 유럽대륙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서양 연안에도 처분이 곤란한 화약 등을 대량으로 수장시켰다. 한 예로 영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도버해협에도 1945년과 1947년 사이에 수 많은 폭약이 천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대형 가방에 담겨져 물속으로 던져졌다.

그러나 현재 가장 문제가 심각한 지역은 산업폐기물로 짙게 오염된 발트해. 「그린파티」의 관계자들은 이미 화학무기의 표피가 부식되어 화학물질이 부분적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하고 있어 그대로 방치해둘 경우 앞으로 3년이내에 발트해의 모든 수중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결정적인 파국을 막기 위해서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제거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련측이 폐기작업 당시 정확한 덤핑 장소를 기록에 남겨두지 않은데다가 당시 일기 불순으로 아무곳에나 마구 화학무기를 던져넣은 탓에 이들의 회수작업은 설령 실현된다해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그린파티의 예브게니유소프는 유럽과 얼마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라트비아의 리투아니아 해안이 잇닿은 발트해가 완전한 죽음의 바다로 번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사실상 「발트해의 사망」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경고했다.

사실 요즘들어 발트해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중 우연히 그물망에 걸려 올라온 부식된 화학무기를 만지다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어 이들의 경고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예증해준다.

유소프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발트해에서 어획된 오염된 물고기나 해산물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거나 받을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독성화확물질에 의한 중독은 그 부작용이 3∼4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정확한 피해범위를 당장 추정해볼 도리조차 없기 때문에 달리 손써볼 도리가 없다는것.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시 발트해를 화학물질로부터 구하기 위해 미국정부가 성의를 보여줄것을 촉구했으나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발트해에 잠긴 유독물질들을 중화시키거나 제거시키는데에는 약 2억7천만달러 정도의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가뜩이나 재정난에 시달리는 러시아로서는 엄두도 내지못한 채 속앓이를 계속해야할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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