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남용 10억불 착복” 친동생이 폭탄선언/수도서 30만명 집회등 격렬시위 잇따라/의회선 특별위가동… 내달초 탄핵발의 추진브라질이 페르난도 클로르 대통령의 부정축재 스캔들에 따른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사태로 최대의 정국위기를 맞고 있다.
16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만 30만명에 달하는 항의군중이 거리로 뛰쳐나와 클로르 대통령의 퇴진 및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계속했다. 리우데자네이루 및 살바도르 등 전국적인 대도시에서도 클로르 대통령을 규탄하는 군중집회가 열려 브라질 정국을 극도의 혼미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같은 사상 최대의 반정시위는 클로르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즉 클로르와 그의 측근이 집권후 권력을 남용,약 10억달러를 착복했으며 클로르의 친인척에게 음성적으로 유입된 돈도 1천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클로르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사건이 클로르 대통령의 친동생인 페드루 클로르의 폭로에 의해 비롯됐다는 점이다. 페드루는 지난 5월 한 주간지를 통해 『클로르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이자 지난 89년 대통령선거 운동 당시 재정 참모였던 세사르 파리아스를 앞세우고 각종 이권사업에 끼여들어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파리아스도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온갖 협박과 청탁으로 엄청난 부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물론 클로르 대통령 자신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페드루가 형의 비리를 만천하에 공개한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이 파리아스가 지원하는 경쟁사 때문에 재정적 타격을 입게되자 이같은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클로르 형제의 집안싸움으로 불거진 부정축재 스캔들은 브라질 정계에 일대파문을 일으키며 국민의 조직적인 저항을 불러왔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전반에 만연된 부정부패와 비리에 시달려온 브라질 국민은 「클로르 게이트」로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해있다.
클로르는 지난 3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모든 공직자들의 수뢰 및 부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의 배신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지난 90년 40세의 젊고 패기있는 클로르를 브라질의 첫 직선대통령으로 선출할 당시 브라질 유권자가 그에게 건 기대는 절대적이었다. 부패와 무능에 찌든 오랜 군정의 잔재를 청산하고 청렴한 자세로 민주주의의 뿌리를 활착시켜 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집권한 뒤에도 정치권의 부패상은 여전했다. 지난 3월에는 5명의 주요각료가 독직사건으로 사직했다. 현지 언론은 36시간에 한번꼴로 공직자의 추문사건을 터뜨리고 있다. 브로커 업무 및 각종 이권사업을 관장하는 「사기사업」도 창궐,한해 1백50억달러 이상의 검은돈이 오간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브라질 국민의 90%가 클로르 대통령이 부패사건에 관여했다고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해가 간다.
브라질의회는 현재 「클로르게이트」 특별위원회를 가동시켜 진상을 파악중이며 빠르면 내달초 조사결과에 따른 탄핵 발의가 추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규정이 매우 까다로워 발의가 되더라도 탄핵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는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브라질의 혼미한 정국이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되리라는 예측도 여기에 기인한다.
여하튼 세계 제5위의 땅크기를 자랑하는 브라질이 이번에도 뿌리깊은 부패상을 척결하지 못할경우 「덩치만 큰 소국」이라는 빈축을 사게 될건 뻔하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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