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맨주먹으로 쿠데타군의 탱크를 물리친 것이 바로 1년전 오늘 시작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세계 전후사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드라마였다.이제 동서냉전의 와해·청산은 전세계에 걸쳐 새로운 국제질서를 예견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대화와 교류가 시도되고 있고,오는 9월에는 옐친 대통령이 서울에 올 것이다. 그만큼 옐친 1년의 입김을 우리도 실감하고 있다.
그가 쿠데타군의 탱크에 맨주먹으로 맞섰던 이날에 관심을 갖는 우리의 남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지금 1년전 맨주먹으로 물리칠 수 있었던 탱크보다 힘겨운 과제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면에서의 체제개편이라는 역사적 실험작업이 그것이다.
우선 경제가 날이면 날마다 나빠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있다. 러시아는 식량·의약품 그리고 공업원료를 들여오기 위해 당장 50억 내지 1백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과 국가기관의 직원들은 정부재정이 바닥나 몇달치 급료를 못받고 있다. 네차예프 경제부장관에 의하면 밀린 급료가 2천2백90억루블에 이르고 있어 조폐공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돈을 찍어내고 있다.
그래서 서방측의 유럽개발은행은 러시아의 소비자물가가 올해에 자그마치 2천%까지 뛸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도 서방선진국은 지난번 G7회담에서 2백40억달러 규모 경제원조에 합의했지만,구체적인 집행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범죄조직이 커가고,위로 고위관리로부터 아래로 교통순경에 이르기까지 뇌물챙기기가 성행하고,달러의 해외유출이 늘고있다. 서방측 금융전문가들은 해외유출액을 최고 2백억달러까지 보고있다.
1년전 흑해연안 별장에서 쉬고있던 고르바초프가 쿠데타에 직면했던 것처럼 지금은 옐친 대통령이 또다른 쿠데타음모설의 경고가 울리는 가운데 흑해연안에 가있다. 정치·경제·사회 여러모로 러시아 사회의 상황은 또다시 공산독재 복귀를 꿈꾸는 쿠데타기도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태에 있다.
물론 역사는 결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도 또다시 1당 독재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옐친 대통령의 인기도가 80%에서 30%로 떨어졌다 하지만,그는 여전히 선거에 의해 뽑힌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남아있는 개혁의 시간 여유는 많지않다. 보다 대담한 자구노력,다시말해 개혁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러시아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유로운 민주사회로 이행하자면 보다 적극적인 서방측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이 당장 무거운 짐이라해도 긴 눈으로 볼때엔 가장 가벼운 짐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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