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은 그동안 북방통상이다 하여 소련,중국,북한쪽에 한눈 팔아온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에 충격을 줬다. 경제발전과 경쟁력이 한국과 서로 엇비슷한 멕시코는 이 협정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 이에따라 한국은 최대의 수출시장인 미국에서자동차,가전제품,철강 등 주종수출 품목에서도 5년이내에 축출될 것으로 어림된다. 미국시장은 한국경제에 사활적인 시장이다.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예의 관행대로 정부와 기업은 민첩하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한갑수 경제기획원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나프타대책회의」를 구성했다.대책은 현지 투자확대를 촉진하며 이를 위해 세제·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번 진출에는 미국의 원산지산 부품비중 증대 요구추세에 비추어 대기업과 중소부품업체의 동반진출을 적극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 실태파악을 위해 오는 10월 관·민 조사단을 파견키로 했다. 한편 정부차원에서는 연내 멕시코와 양국 통상장관회담을 추진하고 또한 현재 진행중인 이중과세 방지와 투자보장협정을 빠른 시일내에 매듭짓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려낸 도상청사진. 현실성은 아직 알수가 없다.
현재까지 진출한 업체 규모는 14개 업체 5천8백만달러. 큰 업체로는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현대정공이 진출,본격 조업을 하고 있다. 나머지는 완구,백,가방,건축용유리,컨테이너부품,수산업 등의 중소기업들이다.
정부의 판단으로는 현지진출을 독려만 하면 된다는 식인지는 모르겠으나 투자환경이 기대보다 열악,기업들의 신중한 사업전략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멕시코 정부의 외국인투자 규제,노동질의 저수준,높은 이직률과 숙련공의 부족,노조권한의 강력,사회간접자본의 취약,멕시코 부품공급업체의 품질이나 납기준수에의 신뢰성 결여,멕시코 경제자체의 불확실성 등이 진출기업들의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무관세의 주요 요건중의 하나인 높은 현지부품 의무사용 비율이 큰 걸림돌이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의무비율이 62.5%나 된다. 국내의 현대,기아자동차는 멕시코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나 의무비율의 충족도 어렵고 충족하는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미·일의 세계적 자동차회사들에 비해 후발진출업체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멕시코의 진출이 결코 손쉬운 선택이 될 수 없다. 단순한 「임금따먹기」는 한시적이고 성공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무역환경은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증요법적인 통상전략·정책으로는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대미수출의 위협을 풀기 어렵다. 대내외적으로 혁신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강경식 전 재무장관(국가경영전략연구소장)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같은 대담한 제언을 하고 있다. 레스터 더로우 미 MIT공대 슬로안 경영대학원장도 그의 최근저서 『정면대결다가오는 일·유럽·미의 경제전쟁』에서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작은 용들은 경제적으론 일본보다는 미국에 훨씬 더 깊숙이 통합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의 작은 용들에게는 미국이 일본보다 더 좋은 교역상대국이며 미국에는 그들이 남미보다 더 좋은 교역상대국이다. 오늘날의 공학아래에서는 준통상권(블록)이 지리적인 근린에 바탕을 둘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엄청난 손익은 따져봐야 겠지만 대미 수출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국내시장의 개방확대도 시간문제이고 보면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시도해볼만한 도박』일지도 모른다. 역외 지역국가로는 미국과 특수관계인 이스라엘이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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