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선장으로 진출 자수성가/소형차 모는 검소한 생활로 유명/황영조 마라톤 제패 숨은 후원자90년 11월 고 안익태선생의 유가를 12만6천만달러에 매입,수리비(13만달러) 이사비(6천달러) 등 26만2천달러(한화 2억9백만원)를 들여 기념관으로 조성,한국정부에 무상기증하려 했던 교민 권영호씨(52)는 20년전 스페인령 라스팔마스에 원양어선 선장으로 진출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이다.
참지잡이를 시작으로 기업을 일으킨 권씨는 원양어선 26척을 보유한 인터부르고(라스팔마스)·조선소 인터부르고·에스파냐(테네리페)·다목적 종합기업 월드 와이드 인터내셔널(아프리카 앙골라) (주)세계(부산) (주)인터부르고(서울) 대구 파크호텔 등을 소유,연간 외형만 1천억원이 넘는 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 진출한 교민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지만 1천3백㏄짜리 소형승용차 르놀 싱코(한국의 프라이드와 비슷)를 몰고 다닐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장기근속 사원에게는 싼 이자의 장기 할부로 원양어선 등을 인수케해 독립시켜주고 있어 교민은 물론 현지 기업인들의 칭찬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권씨는 10년전부터 아프리카의 사회주의국가 앙골라에 수산업으로 진출,대통령·각료·군장성 등과 폭넓은 친교를 맺고 있어 지난 1월 한국과 앙골라가 공식 수교를 맺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최근에는 앙골라정부로부터 명예 영사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권씨는 사업에 몰두하면서도 기업이익을 사회에 돌리는데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10년전부터 고향 경북 울진 앞바다 동해의 동자와 자신의 이름 영자를 딴 「동영장학재단」을 설립,국내 중학생 40명,고교생 1백80명,대학생 35명과 스페인(2) 독일(1) 프랑스(1) 미국(2) 등지의 유학생 등에게 매년 1억6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이번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체육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족들은 모두 휴가를 보내고 마라톤 선수단 7명을 7월18일부터 8월6일까지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뒷바라지해 마라톤 금메달의 영광을 일궈낸 숨은 후원자였다.
20년간 참치잡이 회사의 사장이면서도 「진짜 참치」는 입에도 대지 않았으나 마라톤 선수들에게는 「같은 무게의 금값보다 비싸다」는 진짜 참치를 무제한 공급하는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하기도 했다.
권씨를 바르셀로나 출전 한국선수단에 아무 조건없이 수천만원의 성금을 쾌척했으나 주변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권씨는 꼭 필요할때는 거금을 서슴지 않고 내놓지만 명분없는 일에는 단 한푼의 돈도 허비하지 않는 철저함을 보이기도 한다.
고 안익태선생의 유가를 구입한 것도 이같은 권씨의 생활철학에서 비롯됐다.
권씨는 유가를 구입한 것이 정부를 대표한 관계직원 및 뜻있는 사람들의 희망도 있었지만 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유가가 우리 역사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넘어가 부서지고 헐리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애국가를 부르는 자식들에게 아버지로서 부끄러운 일이어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리 민족에게 애국혼을 불어 넣어주는 음악가의 미망인이 전세값이 없어 유가에서 쫓겨난 것은 한국인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마요르카(스페인)=김인규특파원>마요르카(스페인)=김인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