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안익태선생/유가 관리/“스페인 위탁은 비현실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안익태선생/유가 관리/“스페인 위탁은 비현실적”

입력
1992.08.17 00:00
0 0

◎비용문제 걸려 기념관 기능 상실 우려/정부·국내단체서 나서야/현지 쇼팽 박물관도 개인이 구입·운영/교민들 “문화유산 기증은 민족 자존심 위배”스페인 마요르카시에 있는 고 안익태선생의 유가는 우리정부나 국내의 단체가 직접 관리 보존해야될 형편인 것으로 현지 취재결과 밝혀졌다.

정부는 유가를 국유화해 보존 할 경우 매년 10만달러(8천만원)의 관리비가 들고 전례가 없는만큼 이를 마요르카시에 기증,보존케하는 방법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현지 실정을 전혀 모르는데서 비롯된 발상이다.

유가를 마오르카시에 기증·보존케하는 방안에 대해 고 안익태선생의 미망인 롤리타 안여사(73)는 『스페인정부가 무엇때문에 남의 나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데 돈을 내겠느냐』고 강한 회의를 보이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들어 『정부 방안은 실현성이 희박할 것 같다』고 밝혔다.

롤리타여사는 남편이 생존해 있었을때 인근에 함께 살면서 친하게 지냈던 그리스 출신의 화가 환 사리다키스씨가 숨진뒤 그가 살았던 대저택을 마요르카시에 기증하는 방안이 처음에는 거절당했다가 전 재산을 관리비 명목으로 내놓은 뒤에야 가능했다고 전했다.

화가이면서 남미에서 은광산업으로 거부가 됐던 사리다키스는 자녀가 없어 자신이 가꾸어왔던 거대한 정원이 딸린 저택을 별도의 기부금을 내고야 마요르카시에 기부할수 있었다는 것.

그나마 팔라시오데 마리벤트(마리벤트 궁궐)라 불리는 이 저택은 기증자의 의도와는 달리 지금은 스페인 왕가의 여름별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정부가 연간 10만달러의 관리비를 절약키위해 유가를 기중하겠다는 것은 결국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기증했다 하더라도 끝내는 마리벤트 궁궐처럼 「안익태 기념관」 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게 명약관화하다.

롤리타여사는 현재 개인이 운영중인 발데모사 카르투하가의 쇼팽 박물관은 매년 숱한 관광객을 모으며 마요르카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고 참고삼아 알려주며 마요르카시에 기증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쇼팽은 폐가 나빠 1837년 겨울 한철을 이곳에서 요양했는데 이 집을 개인이 사서 관리,지금껏 쇼팽의 박물관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롤리타여사는 자신은 유가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한치의 욕심도 없다면서 『살아있는 동안 남편의 체취와 함께 생활하고 싶고 내가 죽고난 뒤에는 한국정부 혹은 한국인이 이를 계속 관리·보존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한편 유가를 12만6천달러에 구입,또다시 13만달러를 들여 보수한뒤 한국정부에 기증하려했던 스페인 교민 실업가 권영호씨(52)도 『스페인정부에 기증·관리하는 방법에는 결코 찬성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지난 90년 마요르카의 안익태선생 추모음악제에 초청받아 왔을때 마드리드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이 미망인이 집세를 못내 유가에서 쫓겨났고 집은 매물로 나와 있으나 한국정부의 유가구입 승인이 날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이를 구입해 한국정부에 기증해주면 한국정부가 이를 고맙게 여기고 계속 관리하겠다고 요청해 구입했던것』 이라며 『지금와서 스페인에 기증하겠다는 것은 당초 약속과 다르고 한국인의 자존심에도 배치되는 만큼 기증방안에는 결코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또 한국정부가 유가 관리비로 매년 10만달러가 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않는다고 밝혔다.

권씨는 유가 관리비와 롤리타여사의 생활비가 매달 5백달러면 족하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자신과 마드리드주재 대사관·바르셀로나 및 라스팔마스 총영사관에서 매달 1백달러를 내 송금하자고 제안했으나 지금까지 답이 없어 자신만 매달 1백달러씩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 역시 『분명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외국정부에 맡겨 관리토록 하겠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팽개친 졸렬한 발상』 이라고 말하고 있다.<마요르카(스페인)=김인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