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무섭게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각 정당의 대표들을 비롯하여 무려 1백여명의 선량들이 공사로 갖가지 명분과 목적을 내세워 한꺼번에 외유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여름 하휴정국을 이용하여 관례적으로 해온 의원외유라 이번에도 별달리 새로운 점은 없다. 다만 교착의 수렁에 빠져있는 국회와 정치를 건져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해외여행길에 오르는 의원들 역시 마음 한구석이 무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국내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 보았자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닐바에는 잠시만이라도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국외여행을 통해 무슨 극적 돌파구를 마련해 오리라고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다른나라의 정치를 보고 우리 정치를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며 하고 바라는 국민은 많다.
지금은 글자 그대로 국제화 시대여서 해외여행이 이웃집 드나들듯 보편화 되었고 심지어는 학생들까지 방학동안 해외연수를 예사로 하는 오늘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외유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선진 제국들의 잘하는 정치를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고 오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날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국제사정을 현장에서 정확히 관찰하고 우리 한국이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깨닫고 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다만 무더기로 한꺼번에 외유를 떠나는 의원들을 지켜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종전에 우리가 듣고 보아왔던 잡음이나 부작용을 다시 일으켜서는 안되겠다는 걱정이다.
작년까지만해도 각 상임위원회 별로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떠나면서 여비지원이란 명목으로 관련기관이나 업체로부터 관례처럼 돈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의원이 구속되는 등 적지않은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금년에는 상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불상사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나 그래도 의원의 신분이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여비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전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해외에 나가서 활동을 할때에도 어디까지나 의원의 체면과 품위를 지킴은 물론 국가위신을 위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의원활동과 입법자료 수집에 필요한 공적일정에 주력해야지,사사로운 개인 용무에 집착하거나 관광이나 골프 등에 열을 올려 빈축을 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과다한 쇼핑으로 의원의 신분에 먹칠을 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에서 저지르기 쉬운 사치낭비 행각은 국내의 긴축 절약 분위기와도 역행하는 것이다.
건전하고 건실한 해외시찰과 활동으로 국내정치 발전에 보탬이 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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