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이란 혹독한 강권통치 시대인 5공화국때 자나깨나 우리 귀를 아프게 했던 구호였다. 일제 강점 35년을 빼고 그처럼 혹독한 강권통치는 우리 역사장 일찍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시대였다.그러니까 일본을 무찌르고 일본을 극복하자는 구호가 일제식 강권통치 시대에 떠들썩했다는 사실은 지극히 한국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반일을 외치면서 일제 식민통치의 유산을 떨쳐버리지 못하고,일본과의 연결고리 위에 안주하려는 현실적 타산도 잊지않는 아이러니다.
오늘날 한국인의 「자존심」을 버텨주고 있는 경제적 성공도 이런 아이러니를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과거 26년동안 우리가 기록한 전체 무역적자액보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젊어진 적자가 2배나 돼서 6백61억달러였다. 지난해에도 전체무역 적자가 96억달러에 일본에 대한 적자가 87억달러였다.
크게 말해서 우리는 일본에서 기계설비를 들여다가 일본의 싸구려 기술로 일본제 핵심부품을 끼워넣어 만든 제품을 미국 등의 시장에 내다 팔아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에 대한 적자 87억달러중 기계류값이 70억달러였다.
문제는 정치나 행정,또는 경제 같은 「제도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반세기 가깝도록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 「민족교육」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거리를 휩쓰는 소위 「왜색」 대중문화 앞에 우리는 아연할 수 밖에 없다.
압구정동의 소위 로데오거리 일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울의 신주꾸(신숙)거리」로 통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식 검정 구두에 팔없는 원피스,짧은 반바지,컷파마 등 일본식 패션으로 몸을 휘감은 청소년들이 흡사 도쿄의 신주꾸 거리 같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일본식 패션은 일부 대학가 근처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일대 상가의 얄팍한 상혼에 놀아나는 일부 청소년들의 무분별은 흡사 그동안 우리의 민족교육이 허물어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다. 아마도 날이면 날마다 괴상한 옷을 걸치고 나와 몸을 흔들어대는 텔레비전의 스타들이 한몫 거들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제는 전후 반세기만에 세계적 강국의 자리에 오른 일본에게서 배울것은 배우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기업의 공익성과 분배의 형평 등도 그런 것들중 중요한 대목이다. 이제 국가적 안목에서 일본학 전문가를 양성하고,장기적인 대일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일제식 강권통치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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