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조직력의 귀재/분열 공화진영 결속 기대/지지율 워낙 낮아 판세 역전에는 의문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드디어 난파직전에 처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운동을 구조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돌아오게 됐다.
어려운 지경에 처한 부시가 「선거 정치학」의 귀재로 통하는 베이커를 다시 불러 그의 재선운동을 맡기게 될 것이라던 정가의 관측은 13일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현직을 사퇴한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대통령의 전격적인 발표로 현실화됐다.
비록 오래전부터 예견돼온 일이기는 했지만,8월23일자로 베이커가 백악관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부시의 발표에 공화당 선거운동본부는 마치 가뭄끝에 단비라도 만난양 즐거운 표정들이다.
그동안 사무엘 스키너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백악관 보좌팀과의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당 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고 주장하는 선거참모들은 베이커가 확고한 권위와 탁월한 결단력 및 조직력을 십분발휘해 혼란에 빠진 선거팀에 질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베이커에게 쏠리는 공화당 선거본부의 기대는 지난 35년간 부시와 상하관계를 떠나 핏줄이상의 친분을 쌓아올린 그가 대통령에게 과감한 고언을 전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데다가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근거한다.
그러나 공화당 선거참모들이 희색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당사자인 베이커는 썩 달가운 기색이 아니어서 좋은 대조를 이룬다.
몇달전 그의 선거전 투입이 처음 거론됐을 때부터 베이커는 국무장관직에 공공연한 애착을 표시함으로써 자신의 신상에 변화가 오는 것이 내심 반갑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980년대초 부시와 인연을 맺어 정계에 뛰어든후 공화당내의 일급 선거참모로 전국적인 선거만 다섯차례나 치러낸 베이커의 날카로운 감각은 민주당으로 급하게 기울어진 선거판세를 조역에 불과한 자신의 능력으로 수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계산서를 뽑아낼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의견은 이미 당내에서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13일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직후 연방 상원의 공화당 원내총무인 보브 돌 의원은 베이커의 선거전 투입을 환영하면서도 『어떤 한사람이 현재의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조심스런 의견을 피력했고 한때 마약정책 자문을 맡았던 윌리엄 베넷 같은 이도 『베이커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돼 있다. 공화당 진영에 진정한 활력을 줄 수 있는 단 한명의 인물이 있다면 바로 부시 대통령 자신이다. 그가 유권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느냐,못하느냐에 이번 선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마지막 인선 카드로까지 불렸던 베이커의 선거전 기용을 마무리 지은 공화당이 과연 백악관을 지켜낼 수 있을는지 여부는 노동절전에 대충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화당이 갖고 있는 시나리오는 17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거행되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부시 대통령이 본격적인 반격의 포문을 연후 늦어도 노동절을 전후해 현재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져있는 인기도의 격차를 한자리숫자로 끌어내린다는 것. 두 후보의 지지율 차가 한자리 숫자로 내려올 경우 현직의 이점을 가진 부시 대통령이 막판 뒤집기를 성공시키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시나리오가 쉽게 맞아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제 아무리 베이커가 공화당 선거전을 관리한다해도 유권자들의 심판대에 올라설 당사자인 부시가 민심을 돌이킬만한 뾰족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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