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익 스스로 찾자”/시장선거 등 적극 나서/LA 교외에선 비백인시장 여러명 탄생미국의 지방정치가 히스패닉(스페인어를 말하는 중남미계)이나 아시아계 이민이 급증하면서 구조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있다. 이민사회가 자신들의 경제적 권익을 정치참여로 지키고 확대하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히스패닉계 이민이 다수파가 되려고 하는 사우스 캘리포니아주에서 현저하다.
미국은 백인다수 지배의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천년경,미 전국 차원에서도 21세기중에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우려한 백인 보수파가 「미국은 앵글로색슨을 위해 만든 나라」라는 본심을 노출시킨 것이 인종간의 긴장과 대립을 높여왔다.
LA 폭동의 진원인 사우스 센트럴지구에서 최근 재건공사를 둘러싸고 벌이는 인종간 항쟁은 그 한 예이다. 히스패닉 노동자가 일하는 빌딩의 건설현장에 흑인데모대가 들이닥쳐 폭행을 가했다. 그들은 공사현장에 있던 트럭에 『우리에게도 일을 달라』는 낙서를 했다.
그러자 멕시코계 이민의 정치단체인 NEWS는 이 사건을 「테러리즘」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톰 브래들리 시장에게 「히스패닉의 시민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항의했다. NEWS란 멕시코계 이민으로서 기업가나 변호사 등 지역 유력인사들이 결성한 정치 결사. 인종구성 비율에 따라 『지방정치와 공공사업의 발주 및 고용기회를 요구한다』는게 강령이다.
NEWS는 LA 부흥위원회(일명 재건 LA)에 이사회의 멤버로 NEWS의 대표자인 엘모시로씨 등 2명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재건공사안에서 멕시코계 이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LA 교외도시 벨 가덴즈에서는 4명의 앵글로색슨계 시의회 의원을 소환하려는 투쟁이 벌어졌다. 경제적으로 처지는 히스패닉이 시민의 과반수를 점하는데 반해 이곳 시의회가 저소득층용 주택을 배제하는 도시계획선을 긋기로 결정한 것이다.
선거전에서는 NEWS가 영향력을 폭넓게 행사,히스패닉 의원 3명을 당선시켰다. 신 이민의 경제권익옹호를 호소함으로써 도시정치에 진출해가는 사례는 이제까지 소수민족의 정치수법과 극히 유사하다.
미국사는 이민의 역사이다. 미국사회의 이상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성과 평등을 주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백인 미국인이 정의한 가치관·목표·말·사고방식이 강요되었다. 때문에 신 이민은 늘 구 이민으로부터 배격당했다. 이민자나 소수민족들에게 아메리카인이 된다는 것은 개개의 인종적 배경·역사·문화·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인문화에 적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인종과 민족이 소수파로 되어가는 다문화 사회에서 미국은 백인이 주최하는 파티에 비백인이 초대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종이 파티의 공동 주최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이제 다민족 공존을 위한 새로운 실험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새 이민들은 먼저 뭉쳤으며 그 「숫자」의 힘으로 대항해왔다. 여기에는 신 이민에게 직장의 확보나 주택문제 등 일상적인 뒷바라지를 해줌으로써 표를 모으는 정치기관·사회기구 조직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조부도 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에 대립하는 신 이민으로 아일랜드계 가톨릭의 이익을 대표하는 보스톤의 사회운동기구의 보스로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LA 교외에서는 최근 4개의 도시가 그 시장으로 히스패닉을 뽑았다. 금년 가을 주의회 상하원 선거에서도 세를 확장시킬 것은 확실하다. 엘모시로 NEWS 대표는 『우리는 흑인이나 아시아계 이민 등 기타 소수민족과 연대를 하지 않아도 우리들만으로 정치기반을 쌓을 수 있을 만큼의 수를 갖고 있다』고 단언한다.
NEWS 등의 활동에 자극받은 한국계 미국인 사회에서도 지방정치의 참여를 겨냥하는 움직임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의원의 예비선거에서 참패한 한국계는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에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계 사회에 정계를 정점으로 하는 우산모양의 정치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계 이민이 많은 LA 교외 몬텔레파크에는 첫 중국계 미국인 시장이 탄생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구는 1960년대에는 50만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7백50만명이 넘고 있다.
중남미 아시아에서 모래처럼 흘러온 대량의 이민들은 레이거노믹스 이래의 복지예산의 대폭 삭감에 직면하여 일상생활의 수준에서 원조의 수단을 찾고 있다.
때문에 이민들의 경제적인 요구를 지방정치의 양식으로 삼아 새로운 조직을 만들 소지가 생겨나고 있는 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김영환기자>김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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