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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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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올림픽이 끝난 날,미국의 유수한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는 폐막기사를 1면에 싣고 마라톤의 새영웅 황영조선수의 골인 장면과 뒤이어 트랙에 쓰러져 있는 사진을 머리에 크게 실었다. 그리고 스포츠란엔 마란톤 경기의 상보를 전했다. 한국의 황 선수가 금메달 정상에 올라섰다는 제목으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는 냉정하면서 감동적이다. 「25회 올림픽의 마지막 이벤트를 지켜 보기위해 바르셀로나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지난 88서울올림픽의 메달 리스트들을 열심히 찾아 보았다. 아프리카 선수를 주목했다. 그밖에 노련한 유명 선수들의 질주에 눈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저녁 그들이 본것은 놀랍고 드러매틱한 것이었다. 남자 마라톤 우승의 영광은 한국인인 황영조에게 돌아가고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가 뒤를 이었다」 ◆의료진의 부축을 받는 사진이 곁들인 스포츠란의 기사는 다시 계속되며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결승점을 지나며 황 선수는 쓰러졌다. 진료를 받은 그는 생기를 되찾고 시상대에 섰다. 56년전 일본 유니폼을 입고 달려 우승한 손기정선수이래 한국이 올림픽 마라톤에서 4등 이상을 해본일이 없었다」 반세기를 넘어 한국인의 가슴에 맺힌 한을 미국신문은 이렇게 짚고 넘어간다. ◆한국 마라톤의 영예가 재현되는 시기에 북미를 다녀온 여행객은 재미동포들의 흥분과 감격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실감나게 전해준다. 미국인들의 축하인사를 받기가 일쑤이고 골인장면이 보도된 신문을 사진틀에 넣어 보관하겠다는 동포도 있다고 한다. 객지의 고적과 설움,그리고 망향의 감정이 일시에 폭발한듯 하다. ◆마라톤 세계재패로 국내외가 온통 들썩이는 마당에 북한의 「침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이해가 안간다. 북한 선수들도 선전의 결과로 금메달 4개를 따냈다. 북의 언론은 이 사실만을 보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전적은 북한 주민에겐 깜깜 무소식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마라톤 승전보만은 알려 남북한이 함께 환성을 올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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