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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진통속 조정기 진입/광복 47주년…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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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진통속 조정기 진입/광복 47주년… 현황과 과제

입력
1992.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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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무역역조 최악국면/인맥탈피 「논리외교」로/일 「재팽창」 대비책 시급15일로 광복 47주년을 맞지만 한일간에는 여전히 과거의 앙금이 해소되지 않은채 양국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서 양국 국민들간 감정대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고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초 미야자와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정신대 문제와 한일 양국 무역역조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사과하지 않고 무역역조 시정에 좀처럼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일본에 대해 반일감정이 어느때보다도 고조됐다. 더욱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없이 정치·군사대국화의 길을 여는 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일본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을 높인 주요한 요인이었다.

이에대해 일본측에서는 양국 국교정상화이래 일본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과거사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음에도 한국이 아직도 과거사를 들추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으며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노골적인 혐한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내의 우익성향을 가진 지식인들이나 일부 정부인사들 사이에는 한국이 양국관계에 대한 발전적 비전없이 과거사를 들어 일본에 맹목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일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양국관계가 최근들어 더욱 악화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양국의 지도층내에 친한 또는 지일인맥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과거 양국간에 심각한 마찰요인이 일어날때마다 양국 국민감정을 넘어 적절히 문제를 해결했던 인맥들이 지도층의 세대교체로 소멸되고 있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일본내 친한인사들도 최근의 혐한 분위기 속에 한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본 왕의 저격장면이 나오는 TV드라마 「분노의 왕국」,서울대 입시과목에서 일본어 제외,우리어민의 북방수역에서의 조업문제 등 일련의 사건이 일본 사회의 반한감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양국간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외무부 관계자들은 최근 양국간 몇가지 어려운 사항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양국관계의 최악의 위기라는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양국관계는 불행한 과거사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앞두고 대등한 자격의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 관계」로 변모하기 위한 조정기 또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이상옥 외무부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일간 불편한 일이 몇가지 일어나긴 했으나 이로인해 양국관계를 최악의 상태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인식이 아니다』라면서 『무역역조 문제는 양국간에 합의한 실천계획에 따라 풀려가고 있고 정신대 문제도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김석우 외무부 아주국장은 『과거 김대중납치 사건,문세광 사건,교과서 파동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한일관계는 오히려 양호한 상태』라며 『이제 과거와 같은 정권의 정통성 문제,북일관계 등 대일외교의 제약요인이 해결된만큼 대일외교의 논리화가 가능해졌다』고 오히려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친한·지일 인맥의 붕괴와 관련해서도 이같은 인맥이 냉전시대의 반공이데올로기를 기초로 했던 것이고 한국의 권위주의 정치행태에서 비롯된 문제해결에 치중했던 사실을 감안할때 그같은 비정상적 인맥이 사라짐으로써 공식외교 경로를 통한 문제해결에 유리한 여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외무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일간의 산적한 문제들은 국민감정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냉전소멸이후 세계질서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과정에서 일본의 실체를 냉철히 인식하고 여기에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외교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사이래 우리나라와 일본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간에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으며 앞으로도 일본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느냐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숙제일 수 밖에 없다.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부상해 있고 장차는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퇴조이후 그 공백을 메우게될 일본과의 올바른 관계정립은 우리의 장기적인 국가전략 수립에 사활적인 관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등하는 반일감정만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만큼 논리적·이성적 접근에 의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며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탄탄한 대일 외교전략을 수립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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