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초기부터 유럽 공산주의 등 연구 정평/“서방 이데올로기 승리는 진실의 승리” 고별사지난 40년간 장막속의 공산권 연구작업을 해오던 미국의 한 공산권문제 전문지가 공산체제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2년 5∼6월호를 마지막으로 종간을 선언한 「공산주의의 제문제(Problems of Communism,약칭 POC)」는 냉전초기 1952년부터 미국 공보처(USIS)가 두달에 한번꼴로 발간해온 공산권 연구전문지.
이 책은 미국 공보처의 재정지원을 받기는 했으나 객관적이고 독자적인 공산권 연구로 정평이 나 있었다.
종간호에는 「서유럽의 공산당」 「통일독일」 「전환기의 불가리아」 등 8편의 논문과 4편의 서평 그리고 심포지엄 요약문 1편이 실려 있다.
POC 편집진은 고별사를 통해 그동안 이 잡지를 발간하면서 두가지의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방측이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승리한데에는 속이 드러나는 거짓말이나 사실호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꾸밈없는 진실의 꾸준한 제시를 통해서였다고 지적하고 민주주의는 숱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인간사를 꾸려가는데 있어서 가장 유용한 제도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헨리 카토 미국 공보처장관은 POC가 그동안 폐쇄된 공산권을 조명하는데 애써온 노력을 치하한뒤 그러나 『(이 잡지와의)작별이 결코 슬프지 않다』고 덧붙였다.
카토 처장의 말대로 요즘 공산주의의 임종을 슬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죽은 것은 가짜 공산주의일뿐 진짜 공산주의는 영원하다』고 아직도 외치는 보브 아바키안 같은 골수 공산주의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동안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소외된 계층을 대변해오던 「길들여진 공산당」의 소멸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프랭크 윌슨 퍼듀대학 정치학교수는 POC 종간호에 실린 「서유럽의 공산당」에서 『공산주의의 쇠퇴가 반드시 서방의 민주주의에 이롭지만은 않다』고 전제하고 『민주사회에서 소외그룹을 대변해온 강력한 공산당의 목소리가 사라진 이제 이들 소외집단은 새로운 항의 수단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