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상급 재벌기업 대표들이 깨끗한 정치와 관련,금융실명제 실시의 필요성을 제기,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재벌기업들은 어느 이익집단보다도 금융실명제 실시에 반대해온 집단이다. 이런 집단에서 그것도 현대,럭키금성,금호그룹 등 상위 10위권의 재벌그룹회장들가운데서 이러한 제안이 나왔다는데 대해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에대해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전경련이 현재 보완중인 「새 정부에 바라는 국가경영방안」에 금융실명제 실시요구를 포함시킬지 아직은 미지수다. 현 단계에서 대우,선경,삼양사,삼환기업 등 상당수의 재벌그룹들이 시기상조론을 견지,,금융실명제실시에 반대하고 있기때문이다. 아마 찬성보다는 오히려 반대쪽이 다수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전경련의 회원사들이,특히 금융실명제 실시에 반대하고 있는 회원사들이 현재 한국경제의 개혁과 혁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통찰,대국적인 차원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한다.
금융실명제는 지난 82년에 처음으로 입법화가 시도된 이후 지금까지 「미성숙」 또는 「시기상조」론에 밀려 사문화돼 왔다.
신중파 경제현실을 앞세운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차명·가명의 대규모 자금이 금융시장을 이탈,예상치 못할 경제혼란을 야기하며 지하경제가 붕괴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의 해외유출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예측키 어려우나 사채시장의 규모는 약 7조원으로 추산된다. 총통화량의 10%가 되고 있다.
아직 선진화되지 못한 우리의 금융체계에서 「얼굴없는 돈」이나 「더러운 돈」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파급영향이 두렵다고해서 언제까지 이러한 「부정한 돈」을 방지해둘 것인가. 이 「얼굴없는 돈」의 경제·정치·사회적 역기능은 이루 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명성사건,이철희·장영자사건에서부터 최근 수서사건,정보사땅 사기사건에 이르기까지 대형 비리와 의혹사건은 차·가명의 금융거래로 이루어져왔다. 또한 중소기업에서부터 재벌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한국」의 보편적인 현상의 하나인 비자금도 실명을 기피한다.
올해처럼 총선거,대통령선거 등 선거풍년의 해에 기업에서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정치자금도 가명으로 거래된다. 뿐만 아니라 큰 손이나 사채업자들의 큰 돈은 예외없이 차·가명이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세금을 덜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다. 탈세다. 최근들어서는 비실명이 국내외의 부정한 돈의 세탁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비실명에 따른 가시적,불가시적 손실은 엄청나다. 경제정의가 없이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회복이 불가능하다. 실명제 실시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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