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째 국민과 나라 전체를 불안과 혼돈속으로 몰아 넣었던 정국이 여야간에 극한적인 충돌을 피하고 협상을 통해 중요 현안을 타결키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영삼·김대중 두 대표회담에서 최대의 쟁점인 지방자치제법 개정안을 여당이 국회에서 처리를 강행하지 않는대신 정치문제 타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오는 정기국회전까지 지자제단체장 선거시기 등을 절충키로 한 것은 일단 대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평가할만 하겠다. 두말할 것 없이 두김 대표의 이같은 합의는 국민적 요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우선 이날 회담에서 국회 원구성을 정기국회로 미룬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야당이 미룬 것은 만에 하나 여당의 지자제법 개정안의 날치기 통과를 막는 한편 특별위원회 운영에서 단체장선거 문제 등에 관해 양보를 받아내려는 것으로 해석되나 아무리 여야간의 이해가 대립됐다해도 14대 국회가 몇달째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입법부로서 체면이 안서는 문제다. 당연히 감사원장 대법원 판사 국회사무총장 등의 임명동의와 함께 모든 의원의 상임위를 배정하고 이어 각 위원장을 뽑도록 했어야 했다.
정국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됨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관계법 특별위의 운영에 모아질게 분명하다. 두김 대표회담에서 앞서 우리가 제의한대로 특별위를 여야동수로 구성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어차피 여야간에 이견이 맞서는 사안들은 표결이 아닌 정치적 절충으로 모색될 것인 만큼 여당이 구성비율에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별위에서의 최대쟁점은 단체장선거 시기로서 여당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연내 실시 불가입장을 견지하는데 반해 야당은 광역(특별 및 직할시·도) 단체장선거만이라도 연내에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이견의 폭이 너무 크지만 결코 절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여야 일각에서는 6대 도시의 시범실시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음도 눈여겨 볼 일이지만 여야가 각기 또는 특별위 주관으로 여론조사 또는 공청회 등으로 시간을 두고 여론을 수렴하여 냉정한 입장으로 성의있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선거법에 대해서는 오는 대통령선거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공명선거에 문제나 의혹이 되는 대목은 서슴지 않고 고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거기간을 단축하고 대규모 연설회를 규제하며 대신 방송과 신문을 통한 정견발표와 광고 횟수를 늘리고 공무원과 통·반장 등의 선거운동 개입을 철저히 막는 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정치자금법의 경우 여당에 거의 독점내지 편중되고 있는 자금의 조달·확보를 제도적으로 시정,야당과 공유케하는 방안으로 손질돼야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여당이 공명선거를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든 여야는 일단 파국의 고비를 넘기기로한 만큼 모처럼의 대화 불씨를 쟁점타결로 이어지게 해야한다. 이제 더 이상의 시간도 없다. 만일 여야가 이번 「일단 숨돌리기」를 새 명분축적을 위한 시간보내기로 유용할 경우 국민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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