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구 접근정책 불구 최근 재정난 직면/정부,경제특수 등 유발 「모범적 오륜」 기대바르셀로나 올림픽은 과연 스페인에 경제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6일간 세계인의 시선을 한데 모았던 제25회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이 9일 하오(한국시간 10일 새벽) 대단원의 막을 내림에 따라 경제적 손익계산에 대한 차분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철권 독재자」 프랑코 총통의 통치시절 한때 「서구의 알바니아」로 불릴 만큼 폐쇄적이고 정체되었던 스페인은 이번 올림픽과 세비야 만국박람회를 기회삼아 화려한 도약을 꿈꿔왔다.
지난 82년 이래 3기 연속 집권해온 펠리페 곤살레스 총리의 사회노동당 내각은 그동안 유지해온 유럽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올림픽 및 세비야 엑스포가 유발할 경제특수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자 했다.
곤살레스 정부의 궁극적인 노림수는 스페인을 유럽의 주변국에서 당당한 중심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이같은 목표때문에 곤살레스 총리는 취임 당시 선거공약이었던 반미반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84년부터 방향을 선회,적극적인 대서구 접근정책을 추진해왔으며 86년엔 유럽공동체(EC)에도 가입했다.
그 결과 스페인은 서유럽 국가들과 활발한 경제교류를 통해 자본과 선진기술을 끌어들여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외국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했고 연 5%라는 「기적」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40억달러 이상의 방대한 예산이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세비야 엑스포에 투입됨에 따라 재정적자와 재원고갈이 스페인 경제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5개월동안 전년 동기 대비 예산적자는 55%나 불어났고 5월말 현재 경상수지적자는 59%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는 53%나 줄어 들었다.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스페인의 올 경제성장률은 2%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현재 17%에 달하는 실업률을 해소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데는 크게 역부족이다.
문제점은 이 뿐만 아니다. 과도한 예산지출은 6.5%의 인플레와 7.5%의 임금상승률을 불러왔다.
특히 임금인상은 스페인에 대한 투자욕구와 수출경쟁력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있다. 주요 대스페인 투자자인 일본의 전자업계와 독일의 자동차업계는 최근 투자대상을 신속하게 스페인에서 다른 국가로 변경하고 있다.
또한 사회노동당 정권의 핵심 지지세력중 하나던 스페인 노동총동맹(UGT)마저도 곤살레스에게 등을 돌리고 10월에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등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같이 악화일로의 경제상황에 대해 곤살레스정부는 긴급 재정긴축 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경제부처는 고갈된 국고를 채우기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2%에서 15%로 대폭 인상 조정하고 소득세 원천징수액도 올리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노동총연맹과의 충돌을 미연에 막기위해 파업권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인 인민당 등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비난하면서 새로운 정책 제시가 아닌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정부가 현 경제팀을 해체하든지 아니면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주장,야당쪽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곤살레스 총리는 자신의 3차 임기가 끝나는 내년 10월 이전에 총선을 실시할 수 없다는 조기 총선실시 불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곤살레스에 대한 지지율은 30%선도 채 안되지만 정치분석가들은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한다.
마드리드의 한 경제전문가는 그러나 『현 정권이 내년 총선이전에 당면한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전망한다.
지난번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은 서울올림픽을 통해 국가 이미지의 국제화엔 성공했으나 과소비 만연과 기간시설 확충 실패라는 부정적 결과도 함께 초래했다.
또한 일본은 「모범 올림픽」으로 평가되는 64년 동경대회를 계기로 자국 고유브랜드에 대한 국제신뢰도를 확보했다. 반면 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경우 주체할 수 없는 과다 경비지출로 캐나다 경제는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치른 스페인 경제가 이전의 어떤 선례를 답습할지는 곤살레스 총리의 향후 경제회생 처방과 함께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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