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무역흑자… “돈쓰기” 비상/기업/수익악화… “안쓰기” 작전/마찰우려… 대규모 수입계획 수립/정부/최대 불황… 광고비·교제비 줄이기/기업/국내 경기 후퇴에 수입줄고 수출은 지속증가할듯【동경=이상호특파원】 「일본제품은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린다. 일본의 수출상품들은 이미 가격경쟁시대를 통과했다」고 일본 통산성은 자랑한다. 이를 입증하듯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갈수록 크게 늘어나 일 정부가 흑자줄이기 긴급대책으로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불황이라고 아우성치면서 각종 경비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경제의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장성이 5일 발표한 올 상반기 국제수지 상황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2%가 증가,거의 2배인 5백61억8천만달러로 사상최고였다.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이었던 86년 하반기의 5백억7천8백만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무역수지도 6백28억8천4백만달러의 흑자로 전년 동기대비 42.7%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역시 사상 최고였다.
대장성측은 그 원인으로 ▲엔고로 인한 달러 기준 수출가격의 상승 ▲경기 후퇴에 따른 수입 감소 등을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 상반기중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8.3%가 증가한 1천5백91억2천9백만달러였다. 특히 자동차·반도체 등이 호조였다.
일본경제의 「이상한 현상」은 여기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정부는 당초 엔고에 따라 주요수출품목인 자동차·반도체 등의 수출이 줄어들어 흑자줄이기에 한몫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환율이 오르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는다」는 경제원론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대장성측은 『일본의 수출품목에 있어 가격경쟁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비싸도 품질이 뛰어난 이상 계속 잘 팔린다는 분석. 대성성측은 국내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이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실시한 결과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 세계 각국으로 부터 강한 수요가 있는 이상 안 팔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답변했다.
반면 수입액은 같은기간중 9백62억4천5백만달러로 6.5%가 감소했다. 석유·금속 등의 수입가격이 떨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불황에 따라 미술품·고급 승용차를 비롯해 투자용 금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역외수지는 47억9천3백만달러의 적자였지만 적자폭은 전년동기에 비해 3.8% 축소됐다.
해외여행의 증가로 여행경비는 크게 늘어났지만 해외로부터의 과실송금 등 투자수익수지의 흑자가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상최고라는 흑자규모가 아니라 그같은 흑자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면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얼마전까지도 흑자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으나 이번 국제수지 상황을 보면 품질면에서 뛰어난 일본제품은 계속 팔릴 것이고 일본의 내수확대조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할것이 거의 분명하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경상수지 발표를 놓고 『일본 경상수지액의 확대경향에 박차가 가해졌음이 분명히 드러난 반면,흑자 줄이기와 결부되어 있는 내수주도형에의 경제구조 전환은 진전이 없다는 점이 뒷받침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는 이에따라 「돈 쓰기」 작전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과의 마찰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로,통산성은 곧 10억달러 규모의 긴급수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일본 무역진흥회는 외국기업의 일본시장 진출지원 등을 위해 1백억엔 정도의 기금을 창설하는 등 수입확대계획을 마련중이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기업들은 예전에 없던 「3K절약작전」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3K란 「교제비·교통비·광고비」로 각 기업이 이를 첫번째 축소대상으로 삼고 있다. 거품경제 붕괴와 경기후퇴 등으로 기업 수익이 크게 악화됐으며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있어 「접대」는 상거래의 필수품. 지난 90년도 일본기업이 음식 및 골프접대,선물 등에 사용한 접대비는 5조6천2백74억엔으로 전년에 비해 13.7%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5조엔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경기가 후퇴기에 들어간 지난해부터 사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10∼20% 삭감은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예산외의 교제비는 인정하지 않는 기업과 교제비 제로를 내세우고 있는 기업도 상당 수 있다.
교통비도 마찬가지다. 이사가 필요한 인사이동은 연기되고 있으며,출장도 가능한한 줄이고 텔레비전 회의로 교체하고 있고,단신부임자가 주말에 집에 오는 것도 자기부담으로 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철도회사측에 의하면 대부분 출장자들이 이용하는 신칸센(신간선)의 고급석인 그린카의 이용자가 올해들어 줄어들고 있다는 것.
광고비도 같은 형편이다. 광고업계의 최대회사인 전통의 조사에 따르면 91년의 총광고비는 5조7천2백61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2.9% 증가에 그쳤다.
87년이후 매년 10% 전후의 신장률에 비교하면 광고가 얼마나 많이 줄어들었는가가 분명해진다.
일본 재계에서는 3K 절약작전 이외에도 ▲임원보수 삭감 및 관리직 승급 동결 ▲신규채용 삭감 ▲설비투자 연기 등 불황탈출 전략이 널리 실시되고 있다.
이같은 재계의 절약작전은 전 산업기준으로 보아 전후 최초의 3기 연속 경상이익 감소전망이라는 「불황」을 맞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일본경제는 「돈쓰기」와 「비용삭감」이라는 모순된 행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묘한 현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