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당이 성의보여야 한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당이 성의보여야 한다(사설)

입력
1992.08.10 00:00
0 0

여야의 의사당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대화도 끊기고 새로운 협상의 협상의 기약도 없이 한쪽은 강행처리를,다른 한쪽은 실력저지를 유일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야당이 등원을 거부하는 이상 단독처리가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민자당은 강행처리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들어오라고 아무리 권해도 안들어 오겠다는 야당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고 국회공전을 막기 위해서는 단독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민자당의 논리이다. 과연 그럴까? 얼핏 듣기에는 앞뒤 아구가 맞지 않는 것도 아니나 우리로서는 선뜻 동조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우선 야당의 등원거부를 불러온 원인제공자가 정부·여당이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 원인이 법을 어기는 짓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 민자당은 아무리 등원을 독촉해도 야당이 막무가내로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야당이 등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과 타협가능한 대안제시도 없이 덮어놓고 들어만 오란다면 너무나 일방적이고 독선적 자세라는 비난을 들어서 마땅할 것이다. 극한대립의 원인제공자가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생각은 않고 상대방의 일방적 항복만을 강요한다면 정치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다.

민자당은 먼저 정국을 주도해야할 다수 여당의 입장에서 정국타개를 모색하는 성의와 노력부터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야당이 타협안의 하나로 단체장선거의 분리실시를 제안해왔다면 무조건 거부하기에 앞서 일단 그 제안을 검토하는 유연성을 가졌어야 옳았고,필요하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했다. 국민의 대다수가 국회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민자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우격다짐으로 국회를 운영해나가도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더욱이나 힘으로 국회를 끌고 나가겠다는 민자당의 결심은 또다른 불법,또다른 반의회주의적 절차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결심이며 단독 강행의 결과는 국회와 정치 자체의 공백기간을 더 연장시켜 놓을 것이 분명하다.

민자당은 현재의 강경자세를 버리고 양보할줄 알고 타협할줄 아는 자세를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야당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며 정국을 주도하는 다수 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야측이 제시한 연내 분리선거안을 수용하든가,정 그것이 어렵다면 차기 대통령 취임직후인 3월선거를 보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단체장선거 없는 대통령선거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야당의 주장처럼 동시선거를 한다고 해서 대선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차기 대통령이 자치단체장에 대한 임명권 행사를 못하도록만 만든다면 야당이 염려하는 공무원의 선거부정은 최대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는 내년 3월의 광역·기초 동시선거로써 소기의 목적은 달성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시기 양보의 대가로 정치자금법 개정 등에서 야당이 실속을 챙길 수 있다면 야당으로서 꼭 불리한 타협만은 아닌줄로 안다.

양비론을 전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야당의 지나친 고집이 여당의 반의회주의적 행위의 유발원인이 된다면 그 또한 반의회주의적 행위라고 지탄받을 수 있다. 여야 모두 한발짝씩 물러나 「정치가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