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정책 따라 실업자 급증/평생보장 「3철」 개념이 「계약」으로 변화사회주의 중국의 전통,「3철」이 무너지고 있다. 「3철」이란 해고의 염려가 없는 평생직장 「철반완」(쇠밥그릇)과,능력에 상관없이 일정임금을 받는 「철공자」(고정임금),한번오른 지위가 보장되는 「철교의」(철제의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동안 중국의 「완전고용」을 상징했던 3철 개념이 중국지도부의 제2단계 경제개혁·개방정책에 따라 일반노동자의 머리에서 사라지고 고용계약 개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북경중심지에 등장한 전문직업소개소의 간판을 보면 실감할수 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중국최초의 직업소개소에는 개장 첫날부터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중에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 나은 직업을 찾으려고 온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역시 대부분은 최근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직업소개소에 따르면 개장이후 구직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은 4백여명. 갓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로부터 정년을 맞은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분포도 다양하다.
이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50여명. 수치로 따지면 8명중 한명꼴로 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직업을 구했지만 소개소 종사자들의 성취감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신문들이 직업소개소 개설에 관한 보도를 낸후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는게 이들의 말이다.
직업소개소의 운영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방식이다.
구직신청자가 신청서와 함께 알선비용으로 1원(한화 약 1백40원)을 내면 직장 세곳을 소개받게 된다. 마음에 들지않을 경우 4원을 더 지불하고 추가로 일곱군데를 더 소개받을수 있다.
직업소개소가 개장하자마자 성황을 이루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완숭무 노동부장은 최근 올해초부터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1백여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공식통계로는 도시근로자 1억4천만명중 5백여만명이 직업을 그만두거나 잃은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실업률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국영공장중 3분의2이상은 지난달 23일부터 과잉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자진도산할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약 10%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극히 저조하다. 각 국영 공장당 인원을 절반수준으로 감축시킬때 노동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시킬수 있다는게 서방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개혁과 국영공장의 체질개선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실업자수는 오는 95년께에는 1천5백만명수준으로 급증,커다란 사회문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실업자들이 재취업을 위해 의지할수 있는 곳은 직업소개소만은 아니다. 중국대도시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국의 묵인아래 인력시장이 정기적으로 서고 있다. 또 비정기적으로 대형건설공사장 근처에는 일반잡역부를 구하는 시장이 개설되기도 한다. 경제특구인 심천이나 남부지방엔 외국합작기업이나 사영기업의 구인광고가 나붙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직업을 잃은 일반노동자는 재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사회주의의 사회보장제도가 여전히 실시되고 있지만 그 혜택이 개개인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는것이다.
6개월전에 기업도산으로 직업을 잃었다는 40대 여성은 『정부로부터 실업수당으로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분개한다.
중국의 「완전고용제」는 자본주의 실험에 따른 실업자 급증으로 존립기반을 잃고 있다. 3철 개념이 사라질날도 얼마남지 않은것같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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