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학입시제가 시행되는 94학년도 대학입시때 부터는 대학 복수지원제가 등장할 모양이다. 현행 대학 입시에선 수험생들은 전·후기대학에 각각 한번씩만 응시할수 있다. 그래서 고득점수험생이라도 전기 대학에 응시했다가 실패하면 재수로 직행하는게 보통이다. 후기 대학엔 갈만한 대학이 없고 괜찮은 대학은 전기의 같은날에 시험을 치니,한번 실패하면 별 도리가 없다. ◆같은날 대학들이 시험을 치름으로해서 여러번의 응시기회를 박탈당하는 폐단을 없애고 고득점자의 재수 방지를 위한 묘책으로 대학교육심의회가 「복수 지원제」 도입을 제안했다고 한다. 수험생·학부모·일선학교에서는 쌍수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복수지원제가 진짜 실효성있는 제도가 될것이냐는 문제는 대학들의 손에 달려있다. 아무리 학생·학부모·고교에서 원한다해도 대학들이 입시날짜를 최소한 2∼3일 간격을 두고 달리 잡아주지 않으면 말뿐인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대학입시날짜만 다르다고해서 실효성있게 정착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들이 시험날짜를 달리해야 하는데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수험생들이 기회활용과 함께 자기실력에 맞는 대학에 진학할수 있게 된다. 그런데 대학들은 엇비슷한 대학일수록 시험날이 뒤로가면 괘한 패배감에 젖어 교수는 물론이고 재학생·동문까지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하다. 그러다보면 대학들이 시험날짜 택일에 또 한번 눈치작전을 하다가 같은날에 몰리는 기현상까지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복수지원제는 해보나마나다. 우리대학들은 입으로는 자율타령을 하면서도 자율권한을 주면 눈치놀음 끝에 획일로 가고마는 습성이 아직도 여전하다. 복수지원제야말로 대학의 자율능력을 재보는 또하나의 시험대가 될것이다. 대학이 독창성을 자랑해야 하는 것은 학문분야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다. 학사행정도 마찬가지 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