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비상이다. 북상하면서 세력을 확장중인 재니스가 남해안을 향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정확한 진로는 오늘 밝혀진다고 하나 집중호우와 폭풍피해가 대단할 것으로 예견된다. 해마다 겪는 자연의 재난이지만 벌써 사라와 애그니스 셀마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태풍으로 인한 재해는 천재와 인재가 동반한다. 모든 재난에 유비무환이 으뜸이듯이 태풍의 불가항력도 인력으로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방재대책도 크게 향상되었다. 방심과 근거 없는 낙관만 아니면 피해의 최소화는 가능한 일이다. 대책을 행정당국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모두가 나서서 맞붙을 채비를 갖춰야 한다.
우선 기상청의 예보기능에 큰 오차가 없어야 할 것이다. 우주선을 발사하듯 정확한 카운트 다운의 태세가 요망된다. 예보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필요함은 당연하기만 하다. 태풍의 첫째 표적은 항구와 어장이다. 재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피와 방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내륙지방이라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올해 장마는 예년에 비해 강우량이 적었던 셈이다. 해안과 일부 내륙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 끝의 물난리가 더 두렵다. 가뭄끝은 있어도 수난의 뒷끝은 폐허가 되게 마련이다. 허점이 보이면 응급조치라도 따라야 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국 곳곳에 산재한 갖가지 구조물과 공사현장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대형사고가 잇달아 불안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멀쩡한 다리가 내려 앉고 공사중인 대교가 폭삭 꺼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심하지도 않은 비에 지하철 벽이 금가고 그 밖에 사고가 잦다.
설상가상이라 할까,이 판국에 태풍이 덮치면 무슨 참화가 생길지 난감한 지경이다. 혹시라도 졸속·부실 공사장이 있다면 더 큰 일이다. 만사를 제치고 안전에 대비하며 긴장과 경계를 강화함이 마땅하다.
태풍비상은 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련기이다. 언제 집중호우가 변덕을 부릴지 모르고 태풍이 몇차례 엄습할지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재난을 돌아보면 천재보다 인재의 희생이 컸음을 상기해둘만 하다. 인재의 요인은 반드시 방심과 책임전가에 잠복해 있었다. 이런 과오만 반복이 안되어도 예상되는 피해는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자연의 변화 앞에선 요행이 통하지 않는다. 힘을 합하고 슬기를 살리며 민첩하게 대응하면 어려운 재난은 능히 극복될 수 있다. 두러워말고 맞서려는 의지가 태풍을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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