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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안익태선생 미망인 로리타 안 여사 본지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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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안익태선생 미망인 로리타 안 여사 본지에 편지

입력
199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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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서 애국가 울릴때면 가슴 뭉클”/“남편과 결혼 한국여인된것 항상 감사”/“안 선생은 외국인” 스페인 연금거부… 생활고/한국정부 월 5백불 관리비이유 기념관 외면애국가의 작곡자인 고 안익태선생의 미망인 로리타 안여사(73)가 7일 본사 바르셀로나올림픽 특별취재단에 편지를 보내왔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8일자에 사회면 머리기사로 우리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기사를 실어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이 편지에서 로리타 안 여사는 「조국」에 대한 서운함은 애써 비치지 않고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며 느낀 감회와 한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담아 보냈다.

로타리 안 여사의 편지내용을 요약,소개한다.

『나는 이번 올림픽에서 내 남편이 작곡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금메달을 목에건 한국선수들의 모습을 감격속에 지켜보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얼굴에 자부심에 찬 눈물과 함께 감동,성취감,애국심 등이 어려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안락의자에 앉아 TV를 보며 그들과 똑같이 한없는 눈물을 흘렸고 애국가가 울려퍼질때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일체감을 느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남편이 생전에 애국가를 피아노로 연주하면 따라 부르던 추억과 우리의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가르치던 옛일을 회상했다.

애국가는 언제나 나에게 감동을 주지만 특히 전세계 젊은이들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의 애국가 연주는 더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27년이됐지만 나는 지금도 남편과 결혼해 한국여인이 됐음을 늘 신에게 감사하고 있다.

또 남편과 살았던 집에서 연미복,때묻은 가구,사진,신문기사철 등 남편의 체취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물건들과 함께 그대로 살 수 있게 해준 권영호씨에게 감사한다』

스페인 남부 마요르카섬에서 외롭고 불우한 만년을 보내고 있는 로리타 안 여사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스페인 정부의 연금혜택도 받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간신히 생활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리타 안 여사는 지난 65년 안익태선생이 59세를 일기로 작고한 뒤에도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24년 동안 한국국적을 유지해왔으나 집세조차 못낼 지경에 이르자 89년 연금이라도 받기위해 할 수 없이 스페인 국적을 재취득했었다.

그러나 스페인정부는 『안익태선생 등이 외국인으로 연금 가입을 하지않아 혜택을 줄 수 없다』고 연금지급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출가한 세딸들은 『아버지가 고집을 부려 한국국적으로 남아있던 탓에 어머니가 고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무관심을 원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생전에 안익태선생이 해외연주여행서 받은 돈으로 생활해 온 로리타 안 여사는 이제 스페인교포 실업가 권영호씨(52·인타부르고사 대표)가 보내주는 월 1백달러와 딸들의 도움에만 의지,힘겹게 버텨가고 있다.

권씨는 한국정부의 외면에도 불구,로리타 안 여사의 집을 안익태기념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길만이 애국가를 만든 고인과 미망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며 나라사랑에 대한 보답이라는 믿음때문이다. 우리정부가 지급을 거부한 안익태기념관 관리비와 생활비는 월 5백달러정도이다.<바르셀로나=올림픽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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