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교류 기피증·반대급부 실망 작용한듯/“냉전식 대결 재연”·“북 결국 수용” “전망갈려”김달현 북한 정무원 총리의 서울방문으로 청신호를 켜는듯 했던 남북관계가 「8월 이산가족 교환방문사업」이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새로운 냉각국면을 맞게 됐다.
양측은 방문사업의 연기문제나 이를 위한 실무접촉 일자 등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함으로써 상황의 극적인 반전이 없는한 이 사업은 장기간 「표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실망스런 결과가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심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합의사항이 처음으로 깨지게 됨으로써 이를 둘러싼 양측의 책임공방도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해묵은 냉전시대의 「감정」싸움이 재연될 소지마저 있다. 이날의 접촉결과에 대한 우리 당국의 후속조치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1천만 이산가족의 염원에도 불구,이처럼 협상이 파국을 맞게 된데에는 북한측의 책임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모두 8차례의 협상을 통해 드러난 남북간의 쟁점은 ▲북측의 3가지 전제조건 ▲합의서 내용중 북측의 3가지 요구사항이다.
먼저 북측은 고향방문사업 성사의 전제조건으로 ▲핵문제 ▲이인모씨 송환 ▲한미 포커스렌즈 훈련취소 등 3가지를 우리측에 요구했다.
이중 핵문제의 경우 북측은 『남측이 핵문제를 남북 합의서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며 이를 거둬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전향 장기수인 이씨를 고향방문사업전에 북측으로 돌려 보내고 고향방문 기간과 겹쳐 실시토록 예정돼있는 우리측의 포커스렌즈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말라고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리측은 지난 7차 고위급회담 당시 북측 안병수대변인이 『이산가족사업에는 아무 전제조건도 없다』고 공언했던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전제조건을 새삼스럽게 달고 나선 북측의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이씨 문제의 경우 우리측은 지난 7월7일 정원식총리의 대북 서신을 통해 밝힌 바대로 다른 납북자들의 송환문제와 함께 다뤄야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포커스렌즈 훈련은 올해초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단순한 도상훈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의가 가치조차 없다는게 정부입장이다.
방문단 교환합의서와 관련해서는 ▲방문자중 범죄자 제외 ▲기자단의 상대방 비방내용 보도금지 ▲공연포스터의 시내 부착 등이 북측에 의해 제기된 문제점.
이에 대해 우리측은 이들 사항이 모두 85년 1차 교환방문시의 전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특히 기자들의 취재·보도문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관련된 사안임을 들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러면 북한이 이같은 무리한 수를 두면서까지 이번 사업에 지장을 초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관계자들과 관측통들은 북한의 고질적인 「교류기피증」을 첫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북한과 같은 통제된 사회에 2백40여명의 대규모 남측 민간인이 미칠 파급에 대한 우려에서 북한 당국이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7차 회담에서 이산가족사업을 전격적으로 우리에게 선물한데 대한 우리측의 「반대급부」가 미흡해서 막판 버티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다소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북한은 7차 회담당시 교환방문은 「특별선물」로 전격 제의해 우리측을 놀라게 했었다. 그후 이에 상응한 우리측의 「선물」은 별로 없었던게 사실이다.
이와달리 대남 문제의 강경·온건파 대립구조속에서 북측 스스로가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북측이 이인모씨 문제,군사훈련 등 우리측에 대한 좋은 공격거리를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어 교환방문 문제를 질질 끌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어쨌든 당초의 8월 방문일정이 어렵게 됨으로써 이제는 「고향방문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것인가」 「이뤄진다면 어느 싯점이 될지」가 관심사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 조차 의견이 나눠져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북측 태도에 비춰 『고향방문사업은 아예 물건너 갔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상황과 경제교류 필요성 등으로 인해 북한이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단시일내에 고향방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봐야할듯 하다.
특히 9월초순의 남북 여성세미나,중순의 8차 남북 고위급회담 등을 고려해보면 9월 성사는 힘든 분위기이다.
결국 이산가족 방문사업은 핵문제 해결정도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의 진전상황과 맞물려 그 전도가 좌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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