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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게양/기미가요 제창/각급학교 「의무화」 3년째(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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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게양/기미가요 제창/각급학교 「의무화」 3년째(세계의 창)

입력
199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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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교육」 싸고 일 교육계 “시끌”/“국가도 모르는 세태 막아야”/문부성/군국일본 상징… “망국 원천”/교원노조/참여학교 계속 증가속 항의교사도 늘어【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각급 학교에서 국기게양과 국가제창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90년 문부성이 졸업식과 입학식장에서의 히노마루(일장기) 게양과 국가인 기미가요 제창을 의무화한 교육시책 때문이다.

그러나 원폭피해지인 히로시마(광도)지역과 동경 오사카(대판)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아직도 반발이 드세어 애국교육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5일 일본 문부성의 집계에 의하면 전국 3만8천여개의 공립국·중·고교에서 올봄 입학식이나 졸업식장에 일장기를 게양한 학교는 90% 이상이었다. 기미가요 제창률은 이보다 조금 낮다. 국민학교와 중학교는 80% 이상이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70%를 약간 넘는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으로 70%대에 들어섰다고 문부성은 희색이다. 모든 학교에서 완전히 정착되도록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벼르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경고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두가지 모두를 거부하는 교사들이 많고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1백% 달성의욕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 제정을 둘러싼 국론분열 현상도 애국교육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 것이다.

지난봄 국기게양과 국가제창을 거부한 이유로 교육당국으로부터 경고 등 처분을 받은 교사는 94명이나 됐다. 이중에는 중학교 교장도 26명이 포함돼 있다.

오사카에서는 단상의 일장기 게양에 항의한 중학교 교사가 경고를 받았고,기타 큐슈(북구주)시의 국민학교 교사 2명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 국가제창시 일어서지 않아 더 무거운 징계처분을 받았다.

반대교사들은 문부성의 발표가 과장된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한다. 사이타마(기옥)현 교원노조는 『입학식날 아침 일찍 출근한 교장이 스스로 국기를 게양한 것이므로 교사와 학생들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대론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카셋 테이프를 방송한데 지나지 않는데도 교육위원회에 국가를 제창했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교사도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진보적 색채가 강한 대도시와 일부 지방에서는 국가제창률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오사카와 나가노(장야)현의 고교에서는 올봄 국가를 제창한 곳은 한 곳도 없었고,동경과 가나가와(신내천)현에서는 10% 미만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원폭피해를 당한 히로시마에서는 올봄 국민학교 행사때의 국가제창이 작년보다 12% 줄어든 25%에 불과해 문부성이 현교육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개별지도」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에 대해 히로시마현 교직원 노조의 오카모토(강본중인) 교문부장은 『히로시마에서는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도 PKO에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국기와 국가를 강요하는 것은 히로시마 평화교육정신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교육위원회 관계자도 『국기와 국가의 역사적 의의를 가르치는데 힘써왔지만 원폭피해자라는 특별한 지방색 때문』이라고 주민들의 반발이 강함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교육현장에서 국기와 국가에 대한 반발이 이토록 뿌리깊은 것은 이 두가지가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망국의 원천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전후 미 군정에 의해 일장기와 기미가요 교육이 금지된후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젊은 세대들이 기미가요를 부를줄 모르는 세태가 빚어졌다. 이에 놀란 문부성은 90년부터 모든학교에서 입학식 졸업식때만이라도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부르도록 의무화한 신학습지도 요령을 제정했다.

그러나 교원노조를 중심으로한 반대세력들은 거부서명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선교사들의 캠페인에 영향받은 일부 학생들이 국가제창때 일어서지 않고 앉은채 항의의 뜻을 표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전후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기·국가 거부현상은 일본이 안고 있는 복잡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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