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구성 강행/민자/장내외 투쟁 병행/민주/양김에 책임 전가/국민6일의 3당 대표회담이 끝내 결렬됨에 따라 정국은 바야흐로 무한대치의 격돌 국면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날 회담에서 김영삼·김대중 양김씨는 자치단체장 선거문제를 놓고 한치의 의견접근도 보지 못한채 연말 대선까지 예각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만을 확인한채 발길을 돌렸다.
물론 이날 회담에서 합의점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미루어 볼때 충분히 예견돼온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됐던 양김 회담마저 무산되는 등의 첨예한 대립은 대치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대치정국 타개를 위한 책임자간의 최종 절충에 실패함으로써 「정치실종」에 대한 따갑고도 무거운 여론의 책임추궁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아울러 원구성 및 지자제법 개정안의 강행처리를 둘러싸고 당장 국회안에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졌고 정국은 출구를 찾기 힘들게 됐다.
따라서 회담결렬의 후유증은 대선에까지 그 파장이 미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조기과열 및 혼탁한 선거양상도 어렵지 않게 점쳐지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정주영 국민 대표와 김대중 민주 대표는 차례로 광역 단체장선거만 대선과 동시에 실시하는 분리선거를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김영삼 민자 대표는 그 자리에서 「불가입장」을 밝히며 거부했다. 대신 김 민자 대표는 야당측이 단체장선거 연내 실시의 우선적 명분으로 내건 대선의 공정성 확보문제에 대해 대통령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통해 야당측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뜻을 밝혔다.
결국 단체장선거의 연내 실시를 놓고 여야는 촌보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 됐고 단체장선거 시비는 연말 대선이 끝날 때까지 총체적 정쟁의 뇌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7일 속개되는 국회 본회의에서부터 원구성을 위한 정면돌파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의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당의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 등의 의사일정에 관한한 실력저지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회의 파행상은 당분간 민자대 민주 또는 양김의 대결구도로 압축될 것 같다.
민자당은 이와 관련해 속전속결의 의사진행을 내심 의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임위원장 선출 등이 여의치 못할 경우 지구전략으로 임해 야당의 저지 움직임을 부각시키고 원구성에 성공했을 경우 지자제법 개정안 처리는 날치기 등 변칙통과를 불사해서라도 회기내에 매듭지을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김 민자 대표는 원구성 및 지자제법 처리를 사실상 진두 지휘,지난 한 쟁점현안을 일도양단식으로 매듭지음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내외에 과시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김 민자 대표가 회담이 끝난뒤 『작금의 현실이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국회안에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 원칙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와 의회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라며 지자제 법안의 처리방침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민주당의 대응방향 역시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자치법 처리문제에 관한한 어차피 민주당으로서도 사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장선거의 연내 실시 관철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를 연말 대선과정까지 1순위의 대여 공격용 소재로 활용하려 들게 확실하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장외 홍보전을 병행,민자당의 위법사실을 부각시키면서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갈 것으로 보인다.
김 민주 대표로서도 여기서는 그의 「뉴DJ플랜」에 대한 재고가 불가피해졌다고 느낄 수 있으며 강·온기류가 중첩돼 있던 민주당 소속의원들도 강경대응의 한가지 논리로 무장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국민당 역시 정국파행의 책임을 양김씨에게로 귀착시키면서 반사이익을 겨냥하려 들 것으로 관측된다.
정 국민 대표는 양김 대표간의 긴장기류를 비집고 이른바 「새정치」의 슬로건을 내걸어 국민의 기대심리를 유도하려 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국상황은 한치의 진전없이 원점으로 되돌아 왔으며 여기서부터 파행되는 후유증은 정치권은 물론 경제·사회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틀림없고 따라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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