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는 경찰 수뇌급 인사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했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경찰을 논하려면 먼저 경찰을 충분히 알아야 하고,심도있는 관찰이 뒷받침됐어야 한다는 점에서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먼저 이번 인사가 대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는 첫째 사회전반의 해이된 기강을 바로잡아 공명선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필요와 의지로 보는 견해,둘째 경찰 친위부대를 전진배치함으로써 선거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언론들이 지적한 것은 주로 후자에 속한다. 「역대정권이 예외없이 선거를 앞두고 경찰체제를 정비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를 보면 대선을 위한 경찰체제의 정비라는 인상이 역력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이번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서울지역 책임자를 YS계 사림인 경남출신을 임명했다」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과연 수도권역에서 경찰이 선거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점은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필자는 이 부분은 정확한 지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선거의 기본요체는 조직이요,인맥이요,금맥이지 결코 경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의 의식수준에서는 경찰의 선거관여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경찰이 시민의 성분을 ×○△표로 분류한다고 해서 단 한사람도 눈하나 꿈쩍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시각은 경찰 체질의 변화를 간과한데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경찰은 지금 내부적으로 거듭 태어나려는 격렬한 몸부림속에 자정,자립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경찰이 3·15 부정선거의 주역이었기는 하지만 근 반세기전의 틀로 오늘날의 경찰을 보려 한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경찰의 선거간여가 전혀 없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선거무렵이 되면 각종 단속을 완화해 선심 공세를 편다든가,또는 금품을 살포하는 선거운동원을 편파적으로 대한다는 등,많은 말들도 듣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례들만 가지고 경찰이 선거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이 진정 골목의 파수꾼이기만을 바란다면 먼저 경찰이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고위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난맥이었다는 비난에는 견해를 같이 한다. 이번 인사가 유례없는 외압 편파적인 것으로 경찰청 위상마저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이 언론뿐 아니라 경찰내부에서 강하게 일고 있음은 무척 유감스런 일이다. 특정지역 출신만이 현저하게 중용되고,특정학연이 요직의 태반을 차지했다면 이는 누가 뭐래도 무원칙,무기준이다.
다산의 「위방재어용인」을 인용할 것 조차없이,경찰을 다스리는 일이 인사에서 출발하는데 그 인사가 엉망이었다면 그 경찰청장에,그 경찰을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경찰청장은 무원칙,무기준이란 비판을 받는 이번 인사에 대해서 어떤 형식으로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설령 외압이었더라도 그를 막지못한 책임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책임져야 할 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이 잘못 전한 것인지 모르지만 「경찰간부의 인사권자가 장관」이라고 말했다면 이는 법이 보장한 경찰청장의 권한과 책임을,경찰청장 스스로가 포기한 발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장관 또한 인사권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커다란 잘못이다. 대통령이 「임명권자」이고 국무총리는 「경유권자」 장관은 「제청권자」 경찰청장은 「추천권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무부장관으로부터의 인사권 독립을 위해 경찰법이 제정되었고,그 입법취지가 그러하다. 유권해석을 기다릴 것도 없이 실질적인 인사권자는 추천권자인 경찰청장인 것이다. 장관은 경찰에 관한 정책의 입안과 시행상의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경찰행정 사안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경찰청장은 각급 간부들과 조석으로 대하고,일상업무를 추진하면서 그들의 인성과 능력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제할 때에 경찰청장은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고,또한 그 책임도 져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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