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군사기밀의 요건을 구체화한 군기법 개정안을 확정,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키로 했다고 한다.현행 군기법이 군사기밀의 범위를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보상,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 및 문서 등으로 규정하여,그 모호한 개념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침해는 물론이거니와 운용상 과잉 적용의 폐단이 이어 왔음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군기법 개정안이 군사기밀의 범위를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보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문서,기록 등」으로 보다 상세하게 구체화한 것은 민주화한 현실 여건에 상당히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유신체제 초기인 72년 12월에 제정된 군기법은 「군사상의 기밀을 보호하여 국가안보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권위주의 정권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데 빈번히 악용해왔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군사외교로부터 향토예비군의 편제나 동원에 관한 사항까지 망라한 광범위한 기밀개념은 국민의 알 권리나 대화,보도내용을 속박함으로써 정부의 억압통치나 전횡적 행위에 편리한 점이 있을 수 있었으나,동시에 민·군을 차단함으로써 군이 응당 받을 수 있었던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리게 했던,눈에 안보이는 손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중요시해야할 사안은 북측의 오산에 의한 도발과 그에 대한 국민적인 방위의지라 하겠고,그런 점에서 눈가림이나 입막음의 요소가 적지않은 현행법은 오히려 북측의 오산을 유발하거나 국민적 사기를 저상시키는 역기능을 빚을 우려가 있었다는 점에서,뒤늦게나마 국방부가 현실성 있는 법개정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군기법에 대해 한정 합헌결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추진되어온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 이번 개정안은 특히 기밀지정의 남용을 막는 조항,국민이 군사기밀의 공개 등을 국방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는 조항 등을 신설하여 국민의 알 권리 신장에 전향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언론기관이 군사기밀로 의심되는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 국방부에 기밀여부를 사전에 확인토록 하는 「협조」 규정을 둠으로써 새로운 「언론규제」의 의혹을 받게 하고 있음은 그 진의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법조항들이 일반적으로 국민생활에 제한을 가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기밀여부 확인조항은 비록 그것이 선언적 의미를 지녔을 뿐이라 하더라도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까지 명문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기밀규정에서 이미 법적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를 갖추도록 돼있는데 더해 사전협조를 「선언」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언론통제와 속박의 인상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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