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 “신속진행” “시간갖고 심리” 갈등/여야 정치적 파급효과·득실계산에 “신경”자치단체장 선거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긴장된 대치국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유보의 위헌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에서도 내면적으로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헌재」 내부의 진통은 헌재에 접수된 「단체장선거일 불공고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한 빠른 심리진행과 결정을 주장하는 적극적 입장의 재판관들과 충분한 심리와 신중한 결정을 주장하는 재판관들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자치단체장 선거문제에 대한 정치적 절충이 가능할지 여부 이상으로 헌재의 결정방향에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민자당이 단독국회까지 소집,지자제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것도 헌재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현행 지자제법(92년 6월30일 이전실시)에 의한 위법상태의 계속을 해소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돼 헌재에 쏠리는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현재 헌재에 접수,계류중인 단체장선거 유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은 지난 6월18일 한기찬변호사가 제기한 사건(주심 변정수재판관)과 같은달 20일 민주당이 낸 사건(주심 최광율재판관) 및 지난달 21일 이기문변호사가 낸 사건(주심 변정수재판관) 등 모두 3건.
이 가운데 한 변호사가 낸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6월25일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 재판부에서 『형식 및 절차상의 각하 사유가 없어 위헌재판의 대상이 된다』는 결정이 내려져 전원 재판부의 심리에 넘겨졌다. 헌법소원은 재판관 9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 재판부서 심리하며 6명 이상의 위헌의견이 있을 때 위헌결정이 내려진다.
현재 헌재 재판관중 적극론자들은 『단체장선거 유보는 현행법에 따른 명백한 위법상황인 만큼 신속한 심리진행과 결정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피해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
반면 신중론자들은 헌법에 대한 해석이 어차피 정치적 판단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결정에 따른 엄청난 정치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을 갖고 충분한 심리를 하자』는 입장.
헌재의 이같은 미묘한 분위기와 맞물려 여야 모두 헌재의 결정시기를 각기 유리하게 저울질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는게 사실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은 대통령 임명케이스 3명 국회선출 케이스 3명 대법원장 지명케이스 3명으로 구성되며 현재의 국회선출 케이스 3명은 13대 여소야대 시절 민정 평민 민주 몫으로 1명씩 추천됐었다.
○…민자당은 지난 6월 민주당 등이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을 때 당내 율사들의 자문을 구한뒤 대통령의 통치권 행사에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아울러 법위반 상태를 피하기위해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른 단체장선거 공고시한(6월12일) 이전인 6월5일 정부안으로 단체장선거를 95년 6월 이내에 실시한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바꿔말해 통치권의 일환으로 금년초 단체장선거 연기를 공표했고 법적 뒷받침을 위해 위법상태 이전에 개정안을 제출한 만큼 국회가 개정안 심의를 방기해 초래된 현재의 위법상태는 오히려 국회가 책임질 문제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 논리에도 불구,법조계쪽의 의견이나 사건심리를 맡은 헌재의 분위기가 양분돼 있다는데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
헌법소원 당사자의 적격성이 없고 단체장선거 연기를 국민 기본권의 침해로 보기어렵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고 자신하면서도 반면 명백한 위법상황이란 판단아래 합·위헌여부를 신속히 가려야 한다는 「적극론」도 적지 않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위법상태가 지속될 경우 만에 하나라도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듯하며 이런 사정이 민자당의 지방자치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재촉하는 요인중의 하나라는 관측이다.
한 마디로 개정안 처리를 질질 끄는 도중 헌재가 혹시라도 위헌 결정을 할 경우 안게 되는 정치적 부담의 강도는 개정안의 강행처리에 따른 후유증에 비길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야당도 여권의 이러한 「아킬레스건」을 잘 알기 때문에 가급적 시간을 끄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민자당은 이해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하고 빠른 심리만 이뤄질 경우 위헌결정이 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소원의 소송대리인 강철선의원은 『헌법재판소가 권위있고 중립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며 법상식에 비춰볼때 결정의 방향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신경을 쓰는 대목은 판결의 시기문제이다. 즉,헌법재판소가 소원제기이후 1백80일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돼있는 규정이 훈시 규정임을 들어 결정을 늦출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차원의 대표단을 헌법재판소에 보내 방향보다도 오히려 판결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입장은 결정의 실익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의 방향과 관계없이 빠른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위법상태가 발생한 지난 6월12일을 일부러 넘겨 6월20일 소원을 냈고 소원 당사자도 각 시도지부장 등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 가능성이 있는 59명으로 하는 등 완벽한 형식요건을 갖추었다고 확신하고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