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2주내 중절허용” 시행에 제공/여성 자결태아보호 논쟁 원점 회귀/동서지역 모순 계속될듯【베를린=강병태특파원】 임신 12주내 인공유산 자유화를 규정한 독일의회의 형법수정안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4일 하오 6시간여에 걸친 심리끝에 임신중절 자유화를 규정한 형법 218조 수정안에 대한 위험심사 신청을 받아들여 5일부터로 예정됐던 수정안 시행을 일단 유보시켰다. 이에따라 동서독간의 상이한 인공유산 규제제로 통일과 여성 자결권 및 태아생명 보호를 둘러싼 치열한 사회적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집권기민(CDU) 기사(CSU) 연합과 기톨릭의 아성 바이에른주 정부가 위헌심사를 신청한 문제의 헌법 218조 수정안은 통일후 1년반의 논란끝에 지난 6월25일 연방의회에서 채택된 것이다. 연정파트너 자민당(FDP)과 야당사민당(SPD)이 주도한 수정안은 임신 12주이내는 임신부가 의사 상담을 거쳐 인공유산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엄격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수정안에 규정된 「사전상담 의무」는 임신을 계속할 수 없는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곤경을 상담토록 한 것이지만 의사의 결정이 구속력은 없다. 따라서 인공유산 여부는 사실상 임신부의 결정에 맡겨졌다. 구 서독의 기존 형법조항은 임신기간에 관계없이 의사가 임신을 계속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를 인정하는 경우에만 인공유산을 허용하고,이를 어기면 최고 6년의 금고형 등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가톨릭 전통에 따른 이 기존 형법조항은 톨일이전에도 시대변화에 맞지 않고 여성의 자결권을 침해한다는 반대론이 많았다. 특히 프로테스탄트 전통이 강하고 공산체제의 여성 지위보장에 따라 인공유산을 자유화해온 동독과 통일후 제도 통일문제가 심각한 과제로 대두됐다.
동서독 양측은 여성지위와 태아생명권 보호라는 상충하는 사회기본 이념이 걸린 이 문제를 통일조약에서 일단 유보,올해말까지 통일된 제도를 의회에서 마련키로 합의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서독지역에서는 형법 218조에 따른 엄격한 인공유산 규제가 그대로 시행되는 반면 동독지역에서는 인공유산이 자유로이 이뤄지는 과도적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동독 임신부의 32%가 인공중절을 했으나,서독 임신부의 유산율은 9%에 불과했다.
이같은 모순시정과 사회기본 이념 통일,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형법 218조 수정논의는 통일후 각종 사회제도 통합문제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이 때문에 이 형법 218조 수정논란은 콜 총리의 집권연정내의 보수 기민·기사연합과 리버럴한 자민당간에 갈등의 주요 요인이 됐고,국민의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키는데도 크게 작용했다.
정치권 불신과 국론분열의 위기감에 몰린 각 당은 결국 이 문제에 관해 독일 특유의 「타협의 정치」를 포기하고 각당과 소속의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겼다. 이에따라 사민당과 자민당의 대다수 의원들과 집권기민당의 일부,그리고 민사당 등 동독지역 출신 정당들이 「12주내 상담 조건부 허용」안을 공동발의한 것.
지난 6월25일 연방의회의 형법수정안 논의에는 심야까지 1백여명의 의원들이 찬반토론에 나서고 7가지의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거친 끝에 결국 「12주내 상담 조건부 안」을 채택했다. 이을 사민당의 장엥홀름은 「여성에 대한 속박의 종식」이라고 평가했고 집권기민당 소속 여성 하원의장 쥐스부트는 「여성 책임과 명예의 회복」이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가톨릭 중앙위원회 주교협의회 등 보수세력들은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위협』을 외치며 격렬한 비난성명을 내놓았다. 그리고 기민·기사연합 의원 2백여명과 바이에른주 정부는 「헌법이념위반」을 이유로 위험심사를 신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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