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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논리의 경제/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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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논리의 경제/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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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릉 쾅」하는 굉음과 함께 물기둥을 일으키며 강과 바다밑으로 주저 앉았다.서울의 신 행주대교와 경남 남해의 창선교다. 신 행주대교는 연말 준공을 목표로 공기 85% 진척된 상태에서,창선교는 준공 10여년만에 사고를 맞았다. 두 교량 모두가 지역주민들에게는 「두다리」와 같은 존재다. 신 행주대교는 일산,원당 등 인구가 급팽창하는 강서북의 신흥도시 지역과 88 올림픽도로·강서남지역을 이어주는 교량. 착공한지 5년이 되며 지금까지 모두 1백억여원이 투입됐다. 한편 창선교는 경남 남해군 창선면(도) 주민들에게는 육지와 이어주는 탯줄이었다. 없어서는 안되는 이 교량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사고원인 규명에 약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의 개연성은 널려 있다. 정부 발주공사의 경우 건설업체의 부조리는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 덤핑수주,입찰담합,설계변경,릴레이식 하청,감리·감독자의 매수 또는 결탁 등 비리,부정은 공공연한 관행. 공사,감리,감독의 부실로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잠재한다. 현재 건설중인 공사비 1백억원 이상이 되는 대형 공공공사 1백16건중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곳만도 9개소가 된다. 현대건설로써 현대그룹을 키운 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지난 1일 신 행주대교 붕괴에 대해 『공사에 관련된 사람들이 공사를 빼먹지 않고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매스컴의 보도들은 수주회사인 벽산건설의 시공에 잘못이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하고 있는데 어떻든 예방할 수 있었을 「인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교량 붕괴사고에 앞서 우리사회는 정보사땅 사기사건으로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또한 그보다 앞서 신정제지 주가조작 사건을 봤다. 신 행주대교 사고에 대한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건설업계의 비리실태가 새삼스럽게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보사땅 사기사건과 신정제지 사건은 금융과 증권계의 비리를 노출시켜 주었다.

관련은행,생명보험,상호신용금고 등은 제반규정을 무시,불법을 자행했고 신정제지 사건을 발행요건인 재무제표의 허위 작성에서부터 상장주가의 조작,보유주식 대량처분 등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기수법을 동원한 재테크 사기의 대표적 사례. 정보사땅 사기사건은 검찰이 매듭지은 「단순사기」사건 이상이라는 의혹이 풀어지지 않고 있으나 검찰수사가 끝난 이상 더 캐어 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양사건에 대해 정부측은 관계자들을 고발,구속,해임하는 등 엄격한 응징조처를 취하는 한편,관련규정 등을 개정,강화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의 수서사건은 정·경의 비리를 드러냈고 관련 국회의원들이 독직에 대한 대가를 치른반면 파문의 장본인격인 한보그룹은 관련은행들의 이례적인 지속적 지원에 의해 살아남게 됐다.

또한 예체능계 대학의 입학 부정도 체질화된 비리가 곪아터진 것. 이처럼 지난 2년 사이에 표면화된 의혹사건들과 대형사고들만도 한국사회가 모든 분야에서의 윤리와 도덕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가공할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2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모순이 신분,지위,직종을 가릴 것 없이 사회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이른바 총체적인 윤리의 상실이라 하겠다. 우리는 도덕의 부재가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다. 독일 사상가 막스 베버는 그의 명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 직업에 헌신,금욕,검약 등 프로테스탄트의 윤리가 자본주의의 초석이 됐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요체는 「경쟁」과 「자율질서」에 있고 경쟁의 효율성을 높이자면 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윤리 확립이 요구된다. 국제경쟁력 회복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긴급한 당면과제는 바로 이 윤리의 재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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