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상오 국회 본회의장 입구. 민자당 단독으로 속개된 3번째 본회의를 이날도 불과 10여분만에 끝내고 회의장을 나서는 의원들은 염천의 무더위와 지리한 여야 대치에 지치다 못해 짜증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의원들은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갈수록 내 모습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또 일부는 『전원 대기령이 내려져있어 의원회관에 발이 묶인채 다른 일은 전혀 할 수가 없다』면서 『이런 낭비가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본회의에서는 박준규 국회의장을 대신해 황각주부의장이 사회봉을 잡았다.
지난 1일의 개회식때 여야의 구태를 나무라며 3당 대표회담을 제의했던 박 의장은 아예 할말을 잊은듯했다. 같은 시각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1백46호실.
국회 시작이후 3일째 계속된 이날 의총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 역시 지친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의원들은 의총의 목적이 유사시에 대비한 「집안단속」에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듯 했다.
이같은 파행국회와 지리한 대치정국의 근본원인이 김영삼·김대중 양김씨의 무리한 대권경쟁에 있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 정가 인사는 최근 단체장선거 문제를 둘러싼 양김씨의 대립을 「제로섬 게임」에 비유했다. 『여기서 밀리면 대선에서 치명상을 입는다』는 「위기의식」 아래 전혀 양보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 양김씨는 이제 국회정상화가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하듯 김영삼대표는 지자제법 단독처리후 특유의 「국면전환」을,김대중대표는 장외투쟁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양김씨의 「무한경쟁」을 차단하고 응징할 수 있는 길은 12월 대선에서 국민들의 확실한 진심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구두선 같지만 양김씨가 먼저 만나 허심탄회하게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한 국민의 뜻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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