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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빚투성이 허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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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빚투성이 허상(사설)

입력
1992.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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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30대 재벌그룹 주력업체들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됐다.전통적으로 한국기업들은 미국,EC 등 구미선진국들 보다는 물론이고 같은 아시아지역의 일본,대만 보다도 빚에 크게 의존해왔다. 사업에서는 빚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익이 많이난다면 남의 돈을 얼마든지 빌려다 써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업이 언제나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시장이 개방,경쟁이 안팎으로 치열해가고 있는 오늘날의 기업환경에서 수익을 내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수익성이 높다해도 빚이 많으면 이자부담이 커서 이익이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경제의 거품제거로 경기가 안정되어가는 과정에서는 흑자도산도 비일비재한 판에 빚많은 기업은 도산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부채의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정부와 여론은 재벌그룹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촉구해왔으나 결과는 역으로 나타났다. 마이동풍이었던 셈이다. 재벌그룹 주력업체들의 재무구조 악화가 불황 등 기업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누구를 탓할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지난해에 금융긴축 등 통화량 억제견지,증시의 하강세,경기의 진정화 개시 등으로 기업환경과 자본시정 여건이 90년 보다 나빠졌다. 재무구조 개선에 불리한 여건이었다. 그러나 재벌그룹들이 정부의 여신관리규정 변경을 이기적으로 이용한 것이 재벌주력 기업들의 재무구조악화를 통계적으로 가중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벌그룹들은 정부가 재벌의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주력기업제도를 도입,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통제를 철회내지 완화키로한 방침을 악용하여 그룹내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을 주력기업으로 신청,승인을 받았던 것이다.

재벌그룹은 국제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인력난,고임금,자금난,고금리 등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금리가 국제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비용부담을 줄이려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이다. 30대 재벌 75개 주력기업중 자본잠식된 3개사를 제외한 72개사의 부채비율이 91년말 현재 평균 4백35.2%로 나타난 것은 우리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크게 취약한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빚투성이의 허상임을 시사하는 이 재무구조는 90년말의 3백58%에 비해 약 80%포인트가 더 높은 것이다. 주력업체들 가운데 재무구조가 개선된 회사는 상장사 10개,비상장사 5개 등 모두 15개사에 불과하고 나머지 57개사는 악화됐다. 극동정유,한라중공업,대림자동차 등 3개사는 2년 연속 자본잠식이다.

이제 재벌그룹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시급하다. 재벌기업들은 부실한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내실의 업종전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모래의 성을 쌓아올릴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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