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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만 미­이라크 전운고조/전쟁 2주년… 심상찮은 중동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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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만 미­이라크 전운고조/전쟁 2주년… 심상찮은 중동기류

입력
1992.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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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쿠」 영유권 제기 도발적/부시,대선용 「전쟁선택」 가능성지난 2일로 걸프전의 도화선이 된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2주년이 지났다. 인접 약소국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힘의 논리」로 인해 새로 태동하는 신 국제질서의 시험대가 됐던 쿠웨이트사태는 평정 1년반이 돼오건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채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의 완강한 「버티기」로 승자와 패자의 구분마저 모호해진 가운데 걸프만의 전운은 다시 짙어지고 있다.

그 근본적 원인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건재이다. 「전범」인 후세인 대통령은 걸프전 패배후 실각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엔의 대이라크제재와 공공연한 반정부세력의 발호 등 국제사회의 「목조르기」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고 있다.

그에게 남겨진 군사력은 여전히 지역안정을 해칠 수 있는 「물리적 힘」이다.걸프전중 쿠웨이트전선에서 예비역과 구형 탱크 등을 「소모」했던 후세인 대통령 수하에는 40만명의 정예군과 2천여대의 장갑부대가 여전히 정권의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전쟁을 거치며 「내부의 적」을 솎아낸 후세인은 조직과 지휘체제에 족벌과 친위세력을 더욱 강화시켜 놓아 전전보다 정권기반을 더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군사력은 같은 아랍회교권내 맹주인 시리아보다도 강력한 것으로 「비무장」 국가와 다를 바 없는 쿠웨이트 요르단 등 인접국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후세인의 「파워플레이」는 계속되고 있다. 쿠웨이트 침공 2주년을 맞아 이라크 관영언론들은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19번째 주라는 영유권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유엔의 대량살상무기파괴팀의 사찰거부로 야기된 미국·영국 등 서방세력의 무력사용위협에도 비타협적 자세로 일관한 후세인은 『적들이 원한다면 또 한번의 대전쟁도 불사한다』며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물론 후세인의 이러한 자세는 유엔의 경제제재와 반정부세력의 준동으로 정권위기를 맞아 내부결속을 탄탄히 하기위한 대국민용 「선전」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승자인 조지 부시미국대통령의 「빛나는 승리」를 퇴색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군사적 목표로 후세인 제거를 설정했던 부시대통령은 오히려 「후세인보다도 권좌에 오래 못버틸 정도」로 재선가도에 차질을 빚고 있다.

걸프전 대승이라는 극적 상징으로 구현된 팬아메리카시대 개막의 여세를 몰아 90%이상까지 치솟던 부시의 인기는 이제 30% 이하로 곤두박질치며 올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실패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기대했던 전쟁특수는 반짝경기로 끝나고 말았다. 고용·투자확대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쇼크요법은 효과를 내지 않은채 「부머랭」은 걸프만에 잠기고 말았다. 오히려 전후확대된 국제화해 기류도 미국의 방위전략주력업종들인 항공·자동차업계의 부진이 더욱 심화돼 대량실업과 장기 경기침체를 부채질 하는 역효과로 나타났다.

부시대통령이 전쟁명분으로 내세웠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론도 후세인의 심리전에 말려 차츰 빛을 잃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단자」인 후세인을 응징하기 위해 50만 대군을 즉각 파병했던 부시의 결단은 한갓 유전지대 확보라는 자국이익 우선의 군사행동이었다는 자리매김으로 정착돼가고 있다. 국제적인 무대책속에 치열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구 유고슬라비아인들이 「우리에게 석유가 있었다면」하는 자조적 한탄을 내뱉고 있는 사실이 한 증거이다.

따라서 미국의 조야를 비롯한 국민사이에서는 「왜 전쟁을 치렀냐」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4년간의 대통령재임 치적중 제일로 치는 부시의 화려한 외치를 깎아세우는 요인임은 말할 바 없다.

현 상황은 부시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종전 1년반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제2의 걸프전」 가능성이 증폭되고있는 연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또한 이러한 가능성은 어느때보다도 불안정한 유가전망과 맞물려 고조되고 있다. 석유수출기금(OPEC)은 지난달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구소 붕괴로 인한 석유생산량의 차질 ▲이라크산 원유금수조치 등으로 인해 세계 유가는 불확실·불안정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로인해 산유국이 밀집된 중동지역의 안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대 스커드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한데이어 2천4백명의 지상군 병력을 쿠웨이트에 파병하기로 한 결정은 「무력시위」 이상의 결의를 보여주기위한 의도로 군사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쿠웨이트 주재의 한 미국 외교관은 이번 파병결정이 미­쿠웨이트간 통상적인 합동군사훈련 수준을 넘는 범주임을 시인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지난주 중동순방에서 귀국한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이라크 반정부세력과 회동한 사실이다.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미국의 획책은 암암리에 지속돼 왔지만 베이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반후세인 세력과 접촉한 사실은 패색이 짙은 부시가 후세인으로부터 구실을 찾아 막판뒤집기를 노리는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지는 2일 후세인 제거후 이라크의 위상문제를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라크를 반정부세력인 시아파와 쿠르드족과 친미온건 수니파 등 3개국으로 분할함으로써 걸프지역의 불안정요인을 영구적으로 무력화시킨다는 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도 선 후세인제거라는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걸프만의 전운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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