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역시 빗나갔다.한국은 92 바르셀로나올림픽까지 3차례나 연속으로 올림픽 양궁여왕을 배출했다.
그런데 매번 예상과는 달리 은메달을 기대했던 2위급 선수가 당초의 금메달 후보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번 대회에선 지난 89,91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을 2연패했고 88 서울올림픽에서도 2관왕이었던 김수녕이 당연히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의 2관왕후보 1순이였다.
그다음 김수녕의 뒤를 이을 유망주 이은경이 꼽혔고,15년여 경력의 「무명」 조윤정은 사실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경기 결과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3순위에나 속했던 조윤정이 예선서 세계신기록을 3개나 세우더니 김수녕과의 맞대결에서 금을 제치고 새 양궁여왕으로 등극했다.
84년 LA올림픽서부터 그래왔듯 이번에도 도전자가 챔피언을 꺾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LA올림픽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는 한국여자 양궁사상 첫 세계챔피언 김진호였으나 그는 동메달에 머물고 전혀 기대치 못했던 서향순이 신데렐라가 됐다.
88 서울올림픽에서도 여고 3총사로 세대교체를 이룬 한국은 대회전 국내 랭킹 1위였던 왕희경이 매스컴의 집중을 받았으나 결과는 대표팀의 막내둥이였던 김수녕이 언니들을 제치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국내의 전문가들은 이런 징크스를 무시하고 「신궁」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되던 김수녕의 2연패쪽을 점치는 분위기였으나 결과는 철옹성같던 김수녕의 아성도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장으로 지난해에 극적으로 재기,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서도 막차로 간신히 합류했던 조윤정이 큰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 결과의 해석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정론」이 지배적이다.
추적자는 도망자보다 심적부담을 덜 느끼게 되고 유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반면,기왕의 앞선자는 아무래도 뒤쫓아 오는 자를 의식해 초조한 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욱 힘든 것이다.
15년 메달집념으로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끝내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조윤정도,선배의 추격에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분전한 김수녕도 모두 이러한 스포츠 세계의 승자들이다. 스포츠가 인간드라마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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