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학 「거대한 소비집단」 전락위기”/「6·3사태」 등 주도 3년여 옥고/내적 질서회복만이 자율화 첩경/“진취적 사고로 대립·불신 타파를”학생운동의 주역이 대학총장이 됐다.
한일회담 반대시위로 들끓었던 지난 64년 「6·3사태」 당시의 학생운동 리더였던 현승일교수(50·국민대 사회학과)가 지난 1일 국민대 제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현 총장은 『그간 대학은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채 오히려 사회에 부담을 주는 거대한 소비집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낙후된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는 신념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모든 대학인에게 필요하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정치학과 3년때인 64년 문리대생을 주축으로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주도했다 구속돼 6개월을 복역한뒤 다시 67년 민족주의 비교연구회 사건으로 3년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당시의 동료들인 이부영 김덕용 최장집 서진영 이명박씨 등은 현재 정치·경제·학계의 중진으로 맹활약중이다.
현 총장은 지난 6월 동료교수 5명과 함께 직선 총장후보로 나서 전체 1백75표중 1백5표를 얻어 선출된뒤 재단측으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았다.
현 총장은 이번 선거에서 「대학의 기강을 바로잡자」는 이색구호를 내걸고 대학의 아카데미즘과 사제간의 신뢰회복을 역설,압도적 지지를 얻어냈다.
『대학의 자율성은 재단이나 정부로부터의 자율보다는 내적 질서의 회복에서 먼저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현 총장은 『민주화 과정에서 대학은 구성원 각자가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이 상실된 대신 자율을 빌린 집단이기주의의 성토장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학생은 순수하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지만 지금의 학생운동은 최대의 무기인 「순수성」을 상실,다시 학생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할 또 다른 집단이 필요한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것.
현 총장은 지난해 외대생들의 총리폭행사건에 충격을 받고 신문에 「누구를 위한 반인륜의 폭력인가」라는 글을 발표,학생운동을 질타하면서 자신이 학생운동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러워 울었다고 술회해 화제를 모았었다.
지난 13대 총선때 서울 성북을구에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낙선하기도 했던 현 교수는 이로인해 「정치교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학문은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대학졸업후 통신사에 입사,10년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82년 미 유타스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딴뒤 줄곧 국민대에서 교편을 잡아온 현 총장은 그동안 학보사 주간과 사회과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었다.
국민대에서는 방학인데도 상오 8시30분에 출근,사무실을 돌며 업무파악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신임 총장이 진취적 사고로 대립과 불신의 벽에 갇힌 대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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