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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중복·반복 방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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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중복·반복 방송(사설)

입력
199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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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모자란다. 전력사정은 빠듯하다. 장마가 비실거리며 걷히자 무더위가 한창이다. 댐의 수위가 내려앉고 정전사고가 생긴다. 물은 무진장이고 전기는 쓰는대로 공급되는 줄 알았더니 이제와서 후회 막급이다. 무더운 여름을 넘기려면 절약밖에 다른 대책이 없음을 뒤늦게 통감한다.모두가 합심해서 아껴써도 부족한 형편에 어느 한쪽에선 때나 만난듯 흥청거리니 딱하고 분하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간 우리 선수들은 금메달의 개가와 승전보를 신바람나게 고국에 띄워 보내고 있다. 시상식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마다 짜릿한 흥분과 감동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선수들의 투지와 선전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다.

승전의 쾌보는 좋으나,3개 방송사의 흥분과 과열은 아무리 곱게 보아도 너무 지나치다. 감격의 순간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무엇이 모자라 같은 장면을 밤낮 안가리고 재탕 삼탕,그것도 부족하다는듯 몇차례고 거듭 전파를 날린다. 아무때나 세 채널을 이리 바꾸고 저리 돌려 보아도 그게 그것이다. 예고도 같고 반복되는 경기프로도 같다. 모든 시청자를 상대로 올림픽 예습과 복습을 하는 꼴이다. 중복과 연장방송이 한결같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우리는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깊은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한낱 기우가 아니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YMCA의 시청자 조사는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무원칙한 중계방송과 중복방송이 전파의 낭비는 물론이고 주요 뉴스와 기존 프로그램을 멋대로 무시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결과를 따져보면 책임은 정부와 방송사가 함께 져야 한다. 관공서의 냉방시설까지 멈추게 한 판국에 형식적이 눈가림으로 방송시간 연장을 제한한 공보처의 처사는 한마디로 모순이다. 능률의 저하를 무릅쓴 에너지 절약은 필요하고 밤낮을 안가리고 전파를 낭비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에선 담을 흠뻑 흘리며 전력을 아끼고,다른 한편으론 마음껏 낭비하는게 에너지 정책이라면 온 세상이 코웃음을 칠 것은 뻔한 이치다.

이제 올림픽은 중반에 돌입한다. 절약의 의지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방송시간의 조절과 중계내용의 합리적 편성이 새롭게 요구된다. 전파낭비도 걱정이나 그보다 절약정신의 해이가 더욱 두렵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연장 방송시간 허용의 「예외」는 철저하게 예외가 되어야 한다. 재탕 삼탕의 중복 또한 없애야 한다. 방송의 자제력 발휘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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