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을 5개월여 앞두고 공정이 82%까지 진척됐던 신 행주대교(길이 1천4백60m·3차선)의 교각 10개와 상판 8백m가 무너져 내렸다. 거의 완성됐던 교량이 한순간에 폭격맞은 폐허처럼 흉한 몰골로 변해버렸다. 경남 남해군 창선대교 붕괴사고 하룻만인 31일 하오 6시50분께,서울 서북부 외곽과 고양시를 연결하는 한강하류에서 빚어진 대형사고다.붕괴사고 현장에서 아직까지는 인명피해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쉽사리 무너져 내릴 교량이라면 완공전에 붕괴된 것이 차라리 불행중 다행이라고 자위나 해야할는지 모르겠다. 그처럼 부실하게 건설된 신 행주대교가 개통된후 수많은 차량이 통행중에 붕괴사고가 났다고 가정한다면 그 피해 참상을 상상하는 것만도 끔찍스럽기 때문이다.
주택건설과 토목공사 그리고 교량건설 분야에서도 이제 선진국 기술수준에 가 있다고 자랑하던 우리에게서 최근 1∼2년 사이에 왜 이러한 대형 붕괴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12년전에 군소업체에 의해 재래식 공법으로 건설된 경남의 창선대교 붕괴사고야 예고됐던 것을 묵살한 인재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같은 공법으로 건설중인 팔당대교의 붕괴사고는 이번 신 행주대교 붕괴사고를 예방하라는 신호음으로 들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감독청도 업자도 다같이 귀와 눈을 막고 있다가 똑같은 대형 붕괴사고를 되풀이하고 만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이야 전문기술진이 밝혀내게 되겠지만,붕괴사고의 정황으로 미뤄볼때 콘크리트 사장교 공법이나 설계상의 하자측면보다는 정교각 7개와 임시교각 3개 등 10개의 교각 자체가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에서 졸속·부실공사가 핵심원인이라는 의혹이 짙다.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곳에 교각을 세우면서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하상을 얕게 파고 교각을 세워 교각자체가 유속에 의해 흔들린 것이 사고의 직접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견해에 수긍이 가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을 노린 부실·졸속공사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어찌됐건 신 행주대교 붕괴사고 원인은 건설부가 아닌 다른 국가 검증기관에 의해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공사를 맡은 벽산건설의 책임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하도급을 줬다면 그 경위와 과정도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또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허수아비 현장감독과 감리 그리고 업자와 뒤엉킨 대형 공사현장의 먹이 사슬처럼 얽히고 설킨 비리와 부정의 온상도 차체에 뿌리 뽑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 5월 안전검사를 했으면서도 문제점을 가려내지 못했다는 건설부와 국토관리청의 해당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마땅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행정의 이완이 그 어느때 보다 우려되는 정권의 말기이다.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더이상 대형사고나 사건은 반드시 예방돼야 한다. 정부는 큰 공사현장은 물론이고 기존의 낡은 교량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일제히 실시해서 국민의 불안을 씻어주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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