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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한강의 잇단 대교 붕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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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한강의 잇단 대교 붕괴(사설)

입력
199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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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어난것도 아닌데 남해와 한강에서 대교가 잇달아 주저앉았다니 너무나 어이없고 창피스런 일이다. 세계의 건설대국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난공사라면 골라가며 솜씨를 발휘해온 우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자기네 안마당의 다리하나 제대로 세우고 건사못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음이 분명하다.지금은 기술 우위의 컴퓨터 시대이다. 남해섬과 또 다른 섬을 잇는 창선대교의 붕괴위험 정도야 사전감지와 대비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 지경이 된건 한마디로 행정기관에 만연된 눈가림식 관료주의와 직무유기를 일삼는 방심탓이다. 사실 이번 참사에서 문제되는게 한두가지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10년전 다리 자체를 튼튼히 세웠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걸 그렇지 못했던게 첫째 잘못이요 원인제공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핵심은 당초의 부실시공보다는 오히려 사후관리 부재에서 찾아야 할것이고,그런 의미에서 당국의 책임이 큰 것이다. 당장은 복구가 시급하겠지만 행정기관의 책임소재를 가려문책함이 마땅하다.

보도에 따르면 창선대교의 관리책임을 맡은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은 현지 경찰·행정기관의 여섯차례에 걸친 거듭된 붕괴위험 진정을 번번히 묵살해오다 사고 한달전 겨우 눈가림 점검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점검결과 내려진 판정은 차가 다녀도 위험이 없다는 내용이었다는 것. 결국 진정을 묵살해온 직무유기에 겹쳐 엄청난 오판마저 저질렀던 것이다.

이같이 한심한 행정부재 행태는 우리 행정의 저변에 아직도 만연한 무서운 고질병이라 할만하다. 건설 당시부터 부실공사로 말썽이 있었던 다리를 잘못 점검해 겁없이 준공검사를 해줬으면 최소한 사후점검이라도 게을리하지 않는 성의라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그도 저도 깡그리 무시해 버렸으니,이건 행정봉사가 아니라 차라리 행정부재요 행정패악이라 할만하다. 지금 이같은 패악으로 남해에 인접한 섬 창선면 주민 1만명이 고립되어 있고 전화마저 불통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설령 다리와 통신이 조속복구된다해도 이번 참사로 야기된 주민들의 행정불신은 결코 쉽게 사라질 수가 없다 하겠다.

사실 정부당국의 거듭된 서정쇄신이나 다짐에도 행정부재와 행정패악의 검은 그림자는 사라질 줄을 모르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각종 인·허가나 행정규제 등의 과정에서 당하는 국민적 소외감과 피해가 아직도 상당하다. 이제는 행정도 국력수준을 앞정서서 이끌지는 못할망정 뒤따라 올 수준은 되어야 한다. 국민의식·기술수준과 국력이 저만치 앞서 달리는데 언제까지 못난 걸림돌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

결과적으로 이번 잇단 참사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창선대교와 신행주대교만 끊어진게 아니다. 봉사행정과 안전시공 원칙도 아울러 단절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틈을 메우기위해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는 등 피나는 반성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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