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부끄럽고 분하고 착잡하다.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마련해서 발표한 「일제하 군대위안부 실태조사 중간보고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결코 기억하고 싶지않은 역사이지만,그렇다고 덮어두어서도 안될 인류의 범죄가 다시 낱낱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31일 한일간에 현안문제가 되고있는 한국인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 대부분이 일본정부의 개입아래 강제적인 방법으로 동원된 것으로 추정」하면서,이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외무부를 비롯한 17개 정부부처 관계자들로 실무대책반을 운영해서 이날 발표한 이 보고서는 당시 일본정부가 일본군의 성병방지와 전력유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위안부 정책을 시행했으며 한국의 젊은 미혼여성과 일부 기혼여성을 강제동원 했음을 폭로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론은 두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우리는 본다.
첫째는 지난달 6일 일본정부가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종군위안부의 모집과정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한 결론을 우리정부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일본정부가 발표한 종군위안부 실태조사 결과는 진상을 밝히는데 노력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급급한 흔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 정부가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는 미국과 영국 등 10개국의 우리공관과 민간단체들을 통해 얻은 자료와 특히 피해 당사자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큰 것이며,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은폐태도에 국제적인 쐐기를 박았다고 할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고 미온적이었다. 그러던 정부가 이처럼 강경자세로 나오게 된 것은 세상이 다아는 역사적 죄과를 어물쩡 미봉하려드는 일본정부의 얕은 꾀에 우리 국민의 분노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둘째는,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전모는 아니라하더라도 그 일부나마 정부의 공식문서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우리정부는 그동안 1965년의 한일협정에 얽매여 전쟁피해 당사자의 배상문제를 외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노태우대통령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총리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양국정부가 진상조사에 나서게 됐던 것이다.
이번 우리정부의 보고서는 정신대 문제를 완벽하게 밝히는데는 아직 미흡할는지 모르지만,이로써 진상규명에 첫발을 내디딘것만은 분명한 성과다. 특히 일본정부는 종군위안부 등 전쟁피해자의 배상문제에 대해 「선진상규명 후배상논의」라는 논리로 꼬리를 빼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진상보고서는 일본의 성의있는 사과와 응분의 배상을 청구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끈질기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배상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되풀이 강조한바와 같이 몇푼의 돈에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이라면 오히려 굴욕적이다. 천인공노할 만행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일제의 범죄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역사 교과서에 기록함으로써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삼자는 것이다. 독일이 그랬던것처럼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참회하는지를 세계가 모두 지켜볼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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