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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당하듯 1분만에 “와르르”/신행주대교 사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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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당하듯 1분만에 “와르르”/신행주대교 사고 현장

입력
199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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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진동… 중간 교각부터 차례로/수도권 교통난 해소 기대 “물거품”방심과 부실로 세운 다리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의 기대를 저버린채 어처구니 없이 무너져 버렸다. 서울 서부 외곽지역의 급증하는 교통량 처리를 위해 87년 12월부터 4년반 이상 건설해온 신행주대교가 31일 하오 폭싹 무너져버려 이 다리의 완공에는 적어도 1년 이상이 더 걸리게 됐고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빚어졌다.

신행주대교는 2차 붕괴의 위험까지 안고 있어 사고수습과 공사재개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다리에서 4백여m 떨어진 한강에서 고기잡이 하던 주민 유정순씨(30·고양시 행주외동 198)에 의하면 갑자기 「꽝」하는 굉음과 함께 다리중간 교각의 상판이 무너지며 다리가 4∼5초 간격으로 1분동안 차례로 무너졌다.

다리가 차례로 무너지며 상판이 30m 아래 강물로 떨어질때 주변엔 폭격을 당하는 듯한 굉음과 진동이 계속됐다.

행주대교 북단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이황수상경은 『최초 다리 중간부분 상판이 떨어지기 전 중간교각이 눈에 띄게 좌우로 흔들리다 무너지기 시작하자 강둑까지 심한 진동과 함께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앞뒤를 구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후 다리는 중간부분 주탑과 북단 1번 교각만 남은채 폭격을 맞은 현장처럼 처참한 모습이 돼버렸다.

강물로 떨어진 상판은 조각난채 잠겼고 부서진 교각은 철근이 삐져나와 흉한 몰골이었다. 사고가 나자 인근 주민 5백여명은 강둑으로 몰려나와 사고 현장을 지켜보며 부실공사를 비난했다.

▷원인◁

붕괴가 시작된 곳은 수심이 깊은 한강 가운데여서 강둑쪽의 교각이 50∼60m인데 비해 2배가 넘는 1백20여m 간격으로 교각이 세워진 곳인데다 철근에 콘크리트로 피복을 씌운 1백10톤짜리 사장재 4개와 50톤짜리 크레인이 사장교작업을 마치고 주차돼 있어 상판이 이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상판이 무너지는 바람에 다리 중앙부분에 설치한 2개의 주탑으로부터 다리 좌우로 연결된 8개의 강철케이블중 남쪽 4개가 끊어지는 연쇄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장재는 콘크리트로 돼있는 6개의 구멍속에 직경 15.7㎜의 강선 27개가 꼬여진 상태로 들어가 있다.

수습대책본부장인 정종득 벽산건설 부사장(52)은 『1일중 전문가들로 전담반을 구성,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나 현재로는 사장교 방식으로 연결된 다리중간 1백20여m 구간에서 사장재 등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습◁

수습에 나선 건설부와 벽산건설측은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나서는 한편 다리 남측부분의 추가붕괴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관계자외에 출입을 통제했다.

사고가 나자 하오 8시10분께 서영택 건설부장관 등 건설부 관계자 5명이 현장에 나와 공사 관계자들로부터 사고상황을 보고받고 조속한 수습대책을 지시했다.

▷사장교공법◁

신행주대교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 사장교 공법은 교각수를 줄여 미관을 높이는 것으로 올림픽대교와 팔당대교에 이어 한강다리엔 세번째로 도입됐다.

특히 신행주대교 공사에는 사장교방식 중에서도 중앙부분 1백20m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ILM공법(연속압출공법)이라는 첨단공법이 사용됐다. ILM공법은 교각을 먼저 세우고 다리 양쪽끝에서 철근을 넣은 콘크리트 상판을 붙여나와 중간에서 연결시키는 공법이다.

이 공법은 소형 교량공사에만 주로 사용돼오다 대형교량에는 처음 사용됐다.

그러나 사장교공법은 철저한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붕괴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같은 방식으로 공사중이던 팔당대교 1백96m가 강풍에 무너지는 사고가 났었다.

◇교량 붕괴 등 사고일지

▲74년 5월14일=서울 도봉구 월계동 경춘선 한천철교 9번째 교각이 5도 가량 기울며 선로 30m가 휘어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사고는 5∼6년째 철교밑 하천바닥의 모래를 불법채취,하상이 4m가량 패는 바람에 교각의 지반이 약화돼 발생.

▲89년 4월8일=서울 송파구 풍납동 올림픽대교 건설공사중 교량본체와 올림픽대로를 연결하는 접속교량 70여m가 붕괴,접속교량위서 일하던 인부 1명이 추락,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원인은 콘크리트 타설작업중 하중을 이기지 못해 주저앉은것.

▲91년 3월26일=경기 하남시 창우동 3의5 팔당대교 건설공사중 상판을 받치고 있던 철제빔이 무너지며 사장교 중간 3백40m중 1백96m가 붕괴. 이 사고로 밑에서 일하던 1명이 시멘트더미에 압사.

▲92년 7월30일=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와 상죽리를 잇는 창선대교 중간 4,5번 교각이 붕괴,다리를 지나던 1명이 바다로 추락,숨지고 통행과 통신이 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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