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국왕 사상 첫 방중 실현될까/미야자와 「평화이미지」 부각위해 강력 추진/“굴욕외교·보상문제 대두 우려” 반대론 거세【동경=문창재특파원】 아키히토(명인) 일본 국왕은 과연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하게 될 것인가.
참의원 선거 압승무드에 고무된 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 총리가 최근 국왕의 10월 방중을 실현시키기 위해 분주히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수뇌부에는 물론 우익계와 국민 일반에 반대론이 만만찮아 한여름 정국에 이 뜨거운 정치현안 문제가 자칫하면 국론분열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미야자와 총리는 지난 28일 나카소네(중증근강홍) 전 총리와 만나 이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방중 신중론자의 리더인 그의 양해를 얻는다면 큰 장애물이 제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카소네씨는 「여건조성」을 전제로 했지만 『총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추진할 일』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막후 실력자인 가네마루(김환신) 부총재도 28일 강연회에서 『국민의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꼬리를 붙였지만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로 우파정치인 후쿠다(복전규부) 전 총리도 「이해」를 표명했다.
이같은 당내 원로들의 지원을 배경으로 미야자와 총리는 오는 8월5일 당 최고 고문회의 추인을 얻어 11일에는 각의 결정을 통해 10월 하순 방중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에는 신중론·시기상조론이란 명분의 반대론이 거세다. 미야자와 총리가 10월 방중 실현을 위해 본격적으로 당내 의견조정 활동에 나선 28일 자민당 총무회의에서는 노골적인 반대의견들이 분출됐다. 최근 며칠동안 각 신문들이 정부가 방중을 기정 사실화한 것처럼 대서특필한 사실을 두고 무리카마(촌상정방)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토로한 뒤 『정부는 당에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일반 국민에게도 반대의견이 뿌리깊다. 우익단체들이 시내 곳곳에 「천황폐하 중국방문 결사반대」 포스터를 도배하듯 내붙인 것은 차지하더라도 지식인 사회에서도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28일 밤 동경 마루노우치(환지내) 일본 공업구락부 회관에서 열린 「천황 방중 취소를 원하는 국민회의」에서는 원색적인 비난발언이 1천여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중국정부의 방중 요청은 「동이 일본이 조공하러 왔다」고 자국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고 후지오 전 문부장관은 이렇게까지 극언했고,한 참의원 의원은 「굴욕외교」로 단정지었다.
이 문제에 대한 언론의 태도도 찬반 양쪽으로 확연히 갈려져 있다. 찬성론은 일본의 중국 침략으로 인한 불행한 과거를 국왕의 친선방문으로 청산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반대론은 무수히 많은 이유를 열거하고 있다.
국왕을 외교에 개입시킴으로써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중국에는 아직 인권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방중을 계기로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보상요구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것,중국이 센가쿠(첨각)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PKO법안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내심으로 가장 꺼리는 것은 사죄와 보상문제의 대두이다.
일본정부로서는 중국과의 수교 20주년인 올 가을이 절호의 기회이므로 이때를 놓치면 모양새 좋은 방문기회가 다시 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로 등극한 아키히토왕의 「평화 이미지」 부각을 위해서도 중국이나 한국중 한 나라를 발판으로 구미제국 순방길을 터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한국보다는 반일감정이 약해진 중국이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10월 방중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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