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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부모들 수난/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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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부모들 수난/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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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 금메달 따는 장면 보셨지요』『여기 오느라고 보지 못했습니다』

29일밤 방송된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선수(25) 부모의 TV 인터뷰 장면이다.

아버지 이윤희씨(51)와 어머니 박인화씨(49)는 아들의 결선경기가 시작될 무렵인 이날 하오 7시께 경기 양주의 집으로 들이닥친 방송사 사람들의 등쌀에 서울 나들이를 하느라 정작 금메달을 따는 장면은 보지도 못했다.

옷까지 갈아입고 여의도 맨하탄호텔로 따라간 이씨와 박씨는 호텔 도착후에야 금 소식을 전해듣고 미리 마련된 간이 세트에서 방송 3사를 위해 돌아가며 억지 춘향식 인터뷰에 응한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역도 전병관선수의 가족도 경기전날 하오에 찾아온 「방송인들」에게 시달리다 아버지 전덕권씨(50)만 전북 진안에서 상경하는 바람에 다음날 아침 마을잔차때 어머니 박옥수씨(49) 혼자 쩔쩔맸다고 한다.

유도 김미정선수의 부모도 아버지 김동귀씨(50)는 비행기로 미리 「공수」되고 어머니는 마산 집에서 혼자 손님을 맞는 소동을 겪었고 여자사격 여갑순선수 부모는 불공드리던 절로 피해다닌 끝에 겨우 「납치」를 모면했다.

김미정선수 어머니 전명자씨(48)는 취재하러간 기자들에게 서울간 남편의 어색한 인터뷰 방송장면을 가리키며 『저게 뭐냐. 여기서 경기도 보고 함께 기뻐했어야지』라며 혀를 찼다.

금메달리스트의 부모들은 『앞으로 방송에서 키워주겠다』 『경기연맹과 다 얘기가 돼있다』는 등 별의별 설득에 못이겨 방송 3사가 공동으로 마련했다는 맨하탄호텔 가족 인터뷰장에 가야했다. 꼭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해야 되는가. 우리의 자랑스런 금메달리스들이 분투하는 경기장과 똑같이 그 가족들이 국민과 이웃의 성원속에 가슴 졸이고 울고 웃는 고향집도 생생한 올림픽 현장이다.

방송사는 언제까지 가족의 자연스러운 환희의 모습을 망가뜨리는 보도관행을 계속할 생각인가. 올림픽은 방송만을 위한 잔치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사는 광고 끼워 팔기,과열경쟁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처지라는 것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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