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부재”… 삼복 「수돗물 갈증」/사용량 급증따라 공급 절대 부족/수요예측 못해 시설 투자 소홀탓/“물쓰듯한” 과소비로 향후 물사정도 “빨간불”/투자확대·수도요금 체계정비등 대책 세워야무더위가 날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전력에 이어 수돗물도 공급 비상이 걸렸다.
건설부는 올 여름 전국 도시별 수돗물 예상 최대 수요량을 추정한 결과,인천 등 13개 시는 최대 수요량이 시설용량을 초과할 전망이며 이에따라 6개 도시에서는 8월중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삼복더위 속에 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급수차를 기다리는 짜증스런 여름을 맞게된 것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제한급수가 이미 실시되고 있으며 물사용량이 절정을 이루는 8월5일부터 15일까지 급수난이 가장 극심할 전망이다.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지역은 주로 수도권에 있는 인천,수원,광명,미금지역과 속초,울산 등으로 이중 인천,울산,광명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인천은 시설능력이 하루 91만톤이나 예상 최대수요량은 1백7만톤이어서 16만톤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 16만톤은 40만∼50만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양이다. 이에따라 8월 초순과 중순동안에는 하루 걸러 물이 공급되는 격일제 급수가 실시될 예정이다. 만성적인 물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울산은 수돗물이 최대 수요량보다 하루 2만3천톤이 부족해 지난 25일부터 저지대 지역에서는 하루 12시간동안만 물이 공급되고 있는데 8월에 들어서면 격일제 급수가 실시된다.
광명은 이미 7월초부터 격일제 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광명은 시설능력 9만톤에 최대 사용량이 10만9천톤으로 1만9천톤이 부족하지만 수압이 약하고 고지대가 많아 이번 여름내내 격일제 급수가 실시될 전망이다. 속초는 하루 1만톤이 모자라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급수차가 동원될 예정이며 수원은 3만톤,미금은 1만톤이 부족해 제한급수가 실시된다.
이밖에 광주,성남,의정부,안산,이리,정주,김천 등 7개 도시도 시설능력이 최대수요량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취수원을 끌어오거나 지하수를 개발,부족량을 채워 정상공급한다는게 건설부의 대책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도 전체량은 부족하지 않더라도 고지대나 관말지역 등 일부 취약지역에서는 일시적인 제한급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여름에 이처럼 제한급수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된 배경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상수도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1년 현재 상수도 보급률은 81.2%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80년의 55%와 비교해 크게 개선된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수치를 뒤집어보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인구가 아직도 8백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에는 수돗물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이제는 수돗물이 없으면 견디기 어렵도록 생활패턴이 바뀐 사실을 감안하면 제한급수의 고통이 그만큼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후반이후 정부가 상수도 시설에 대한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설투자를 소홀히 한 것이 현재의 급수난을 가져온 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번에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수도권 지역 사정이 바로 정부의 뒷북치는 행정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수도권의 물수요가 매년 껑충껑충 치솟자 정부는 수도권 광역상수도망을 계속 확충,지난 89년부터는 인천 등 16개 수도권 도시에 하루 1백50만톤을 공급하는 4단계 상수도망을 건설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인천,안산 등의 물사정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이 지역에 가는 상수도 관로공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올해안에 조기 완공키로 했다. 인천은 오는 10월 광역상수도가 들어오는데 정부가 수요예측을 제대로 해 좀더 일찍 조기공사에 나섰더라면 이번 여름철전에 완공할 수도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부측은 이에대해 수돗물 사용량이 그동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이며 이는 수돗물 요금이 턱없이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싼 물값이 수돗물을 「물쓰듯」 쓰는 수돗물 과소비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과거 10년간 전국의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배나 증가,시설증가율 44%를 훨씬 초과했다. 이같은 수요증가는 산업화·도시화로 세탁기,수세식 변기,욕조 등 물을 많이 쓰는 가정용품이 늘어나는 등 생활양식의 변화가 큰 요인이 되고 있지만 물값이 싼 점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돗물 값은 톤당 2백11원으로 확실히 싼 편이다. 커피 1잔 값이면 수돗물 4.7톤,생수 1톤으로는 수돗물 1천1백28톤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4.6배,미국은 10.9배가 비싸다. 또 요금체계도 8개용도중 가정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부과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현재 한가구당 월평균 수도요금이 1천6백50원에 불과해 어느 공공요금보다 싼 편이다. 가정용이 총 수돗물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82년 66.1%에서 지난해는 68.9%로 오히려 늘어나 가정에서 필요이상으로 물을 과소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수돗물을 10%만 절약하면 급수난을 완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돗물 값은 상수도 시설 확충과도 연결돼 있다. 전국 상수도 시설중 광역상수도망은 정부가 건설하지만 광역상수도와 연결되지 않는 지방상수도는 지방자치 단체가 상수도 요금과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 확충하고 있다.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물값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한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현재의 급수난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전반적인 물사정이 더욱 어려워 진다는 사실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용수수요는 91년 2백82억톤,96년 3백20억톤,2001년 3백30억톤으로 10년간 17%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공급가능한 용수는 91년 3백9억톤에서 2001년 3백48억톤으로 12.6%밖에 늘지않아 용수예비율은 현재의 9.6%에서 5.5%로 도리어 낮아지게 된다. 이는 정부가 현재 계획중인 8개 댐건설 등 장기 용수공급 계획을 모두 감안한 분석이다. 용수공급을 대량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댐건설뿐인데 건설할만한 위치도 고갈됐고 주민들의 반대,보상비 증가 등으로 여건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려면 수자원 투자를 대폭 확충하고 광역상수도망 확충,지하수 개발,수도요금 체계정비 등의 다각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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