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28.5%가 실량미달/기존 저가제품은 공급 끊기도/「박카스 F」·「가스활명수 Q」 등/특제로 시판 65%나 비싸져편법을 동원해 제품가격을 사실상 끌어올리는 변칙적인 가격인상이 활개를 치고 있다.
변칙인상의 대표적인 수법은 제품의 함량을 줄이거나 유명제품의 고가시리즈를 출하하는 것. 최근들어 정부의 물가안정시책이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물가감시 기능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변칙인상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 등 구입횟수가 많은 제품에 이같은 현상이 집중돼 실질적인 인상액 이상으로 「피부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가시리즈 방식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제약업계로 기존제품의 성분을 보강해 제품명에 F,Q,골드 등을 붙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줄줄이 인상,소비자단체들의 감시망을 피하고 보사부의 표준소매가격 고시제도의 규제를 교묘히 벗어나고 있다.
신제품 박카스F를 출하한 동아제약은 최근들어 종전의 박카스D 생산을 중단했다. 박카스F는 1백㎖ 한병에 3백30원으로 박카스D 보다 1백30원이 비싸다. 병당 2백원이던 동화약품의 가스활명수 역시 1백30원 더 비싼 신제품 까스활명수Q가 선을 보인 뒤 약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또 지난 5월에는 일양약품·대웅제약·삼진제약 등 5개 제약사가 원비D,우루사,게보린 등 간판급 의약품의 가격을 67%에서 최고 2배까지 올린 고가신제품을 내려다 소비자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계획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제약업계는 『박카스D의 가격을 81년 이후 10여년간 2백원에 동결하는 등 그동안 가격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왔다』며 『최근의 신의약품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성분을 고급화하고 품목을 다양화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함량줄이기의 경우 회사측의 고의성여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식품 및 과자류의 경우 법적허용량을 명백히 어긴 제품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지난 3월 라면,햄,당면 등 3백26개 가공식품에 대해 실량검사를 벌인 결과 조사대상의 28.5%인 93개 제품이 표시량보다 실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펭귄햄의 「록키후랑크햄」 빙그레의 「맛보면」 동원산업의 「우리맛당면」 미원의 「각시국시우동」 등 21개 제품은 2%에서 5%의 법적허용오차를 위반했다.
특히 펭귄햄의 「록키후랑크햄」 1천g의 경우 실제량이 62.3g이 부족해 법정허용오차 20g을 빼더라도 2백20원의 인상효과가 발생한다.
이밖에 고가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판촉해 기존의 저가제품을 도태시키는 상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1백원짜리가 사실상 없어진 라면의 경우 3백원대를 이미 넘어 5백원대로 진입했다. 초콜릿도 동양,해태,롯데 등 주요회사들이 1천원 이상의 고급초콜릿을 모두 시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고급화와 다양화는 바람직하지만 기존제품의 공급을 끊거나 함량을 속이는 편법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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